이십세들 워크숍을 기획하며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워크숍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직장에 들어온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신입 PD가 동료들에게 으름장(?)을 던졌다. 쉬는 시간마저 계산해야 하는 8월의 빡빡한 일정 속에서 '가능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은 자연스레 덧붙여 따라왔다. 그럼에도 구성원 모두가 워크숍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 없었던 건, 서로 간 공유되지 않고 있는 수많은 문제에 대해서 위기의식을 느끼며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의식은 당연히 기본이고 서로 끊임없이 공유되어야 한다. 이게 베이스에 깔리지 않는다면 그 팀은 오래가기 어렵다고 본다."
워크숍 기획의 시작은 한 줄의 문장으로 시작됐다. 페이스북 피드를 내리다가 얼어 있는 머릿속을 깨는 도끼 같은 글 한 줄(by 저하)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료들에게 으름장을 던짐과 동시에 <이십세들 4/4분기 대비 워크숍>을 기획했다. 내겐 아주 즐거운 경험으로 남아있는 첫 직장에서의 워크숍을 기반으로 기획했다. 난 인스타그램에 남겼던 회고를 불러와서 다시 읽어 봤다.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일을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워크숍을 만들자는 목표가 생겼다. 그래서 워크숍의 타이틀을 'Problem & Share'로 정하고 부제를 '오래 즐겁게 성장하기 위한 땅 고르기'로 정했다.
트렐로 '이십세들 운영 보드'에 카드 하나를 만들었다. 워크숍 때 필요한 것을 적어달라는 내용을 남겼다. 따로 회의를 만들지 못할 만큼 8월은 일정표는 꽉 차 있었다. 카드를 만들자마자 동료들은 본인이 고민했었던 내용을 키워드로 남겼다. 콘텐츠를 3개월 기준으로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서, 멤버 구성에 대한 코멘트도 남겨졌다. 브랜딩에 대한 고민이 많던 나는 브런치에서 흥미롭게 봤었던 글의 링크를 남겼다. 역시나 이십세들 팀답게 '맛집 많은 곳으로'라는 멘트도 있었다. 취합하기 전 본사 브랜드 전략실과 주간회의 때 짧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도끼 같은 글을 선물해준 크리스의 멘트를 참고하여 구성했다.
Part1 | <좋아요와 아쉬워요! : 회고와 피드백>
Part2 | <우리가 지금 해야 하는 것! : 18년도 하반기 제작 전략>
Part3 | <우리가 멀리 보고 고민해야 하는 것! : 목표와 방향성>
오전에 1개의 파트와 오후 2개의 분야로 진행한 워크숍. Part 1 에서는 지금까지 만들었던 '콘텐츠'에 대해서 회고하는 시간과 '조직과 개인'에 대해 피드백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워크숍을 끝내고 가장 좋았던 시간이라고 말해준 '서로 칭찬하기' 시간도 넣어놨었다.
Part 2 에서는 Part 1에서 진행했던 '콘텐츠', '조직과 개인'에서 나왔던 회고 및 피드백을 기준으로 삼았다. 분기 내 실행 가능한 현실적 대안들을 이야기했다. 문제점을 트렐로 보드에 체크리스트로 구성하여 4/4분기를 보내면서 성장-성취하는 기분을 함께 느끼게 구성했다. 이는 하반기 제작 전략과 충분히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Part 3 에서는 브랜드 전략실에서 조언해줬던 내용을 기반으로 구성했다. 4/4분기를 기준으로 '구독자 수' 달성 목표, '콘텐츠 기준' 달성 목표를 제시했다. 장기적 관점으로는 우리가 달성해야 할 목표에 대해서 공유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시간을 넣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상황이 와도 우리가 절대 양보하지 말아야 할 것"과 "어떤 상황이 와도 우리가 그려가야 하는 이십세들의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워크숍을 마무리하고 시간 때문에 이야기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리스트업을 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워크숍은 오후 10시가 되어서야 에어비앤비의 현관문을 닫고 나올 수 있었다. 동료들과 '오늘의 연어'에서 짧게 회포를 풀고 공항철도에 몸을 실었다. 계양으로 앉아서 가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먼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동료들이 이십세들에 합류하기 전까지 보냈던 시간, 그리고 이곳에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 들었고 그들이 이 조직 안에서 현재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어떤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게 됐다.
이야기를 나누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순간은 Part 3를 진행하면서 였는데, 우리 팀의 밸런스를 느낀 순간이었다. '이십세들의 1년 후'를 말하며 누군가는 조직론적으로 꿈꾸는 모습을 제시하기도 했고 누구는 달성하고 싶은 수치를 말하기도 했다. 또한 누군가는 걱정을 말하며 우리가 충분히 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다고 말했다. 나는 이 자리가 표면적으로 생색내는 자리가 되지 않았음을 그때 느끼며 워크숍 기획자로서 만족했다.
오늘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트에서 나는 또 한 번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이십세들 대장인 크리스는 김동률의 글(https://bit.ly/2nuJiuX) 하나를 공유해주며 '기본을 해야 콘텐츠가 나온다'라고 말했다. 이십세들이 제작하는 콘텐츠의 출발점을 책임지는 멍게는 '즐거움'을 언급했다. 우리가 우울하면 독자들이 느끼는 감정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고 전했다. 이십세들의 뒤를 책임지는 든든한 형쓰는 '열정을 쏟되 다 쏟지 말아야 한다'는 띵언을 남겼다. 모든 동료가 인정하는 문제 해결사 유느는 '동료'를 말했다. 서로를 칭찬하고 존중해야 하는 것, 서로를 봐주면서 안부를 묻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함께 들어온 다재다능한 동기 디바는 '공유'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언급해줬다. 일머리 천재 민또는 '소통'을 말했다. 컨디션이나 힘든 것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콘텐츠 제작자로서 자존감과 자존심을 반드시 지켰으면 좋겠다는 코멘트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나는 '단절'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일하는 신주철과 쉬는 신주철의 엄격한 구분을 이야기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일을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워크숍을 만들자는 목표를 달성했는가? 그리고 제목(Problem & Share)과 부제(오래 즐겁게 성장하기 위한 땅 고르기)는 적절했는가? 나는 그 물음을 내가 답하지 않고 한 동료가 워크숍을 끝내고 했던 말로 대신하려고 한다.
"이런 기분은 처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