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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의, 내 마음 들여다보기

들어가는 말

by 양목수

우리 마음은 동굴이나 깊은 물속과 같아서 들여 다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 그런 선택을 했지?” “이런 감정은 처음이야.” “나 자신도 그렇게 행동할 줄 몰랐어!” “내 마음 나도 몰라.” 이런 의문은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라는 정체성 문제로 이어집니다.


철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심리 프로세스를 체계적으로 탐색하는 방법을 찾으려 했습니다. 인간을 동굴에 갇힌 존재로 비유했던 플라톤은 영혼의 체계를 정리했습니다. 영혼이 세 가지 기능 즉 인식, 욕구, 그리고 기개로 구성되었다는 이른바, “영혼 삼체계론” 혹은 “영혼 삼분론”을 제시했습니다.


영혼 삼분론 비유 (1)

플라톤은 그의 저서 “국가”에서, 갈증을 참는 환자 비유를 들어 영혼 삼분론을 설명했습니다. 환자 마음속에서, 갈증을 참아야 한다는 이성적 인식이 물 마시려는 욕구와 갈등합니다. 목마름을 견뎌내지 못하는 자신에게 분노하거나 건강 회복을 위해 인내를 다짐하는 기능, 즉 기개도 있습니다. 이 기개는 열정적이고 목적지향적입니다. 마음속에 이성, 욕구, 기개 세 기능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영혼 삼분론 비유 (2)

플라톤은 그의 다른 저서 “파이드로스”를 통해, 마부가 검은 말과 흰 말을 제어하는 쌍두 마차 비유를 들어 영혼 삼분론을 다시 설명했습니다. 마부는 이성을 상징합니다. 검은 말은 충동적이고 채찍으로 다스려야 하는 욕구를 상징하고, 마부가 말로 다스릴 수 있는 흰 말은 기개 혹은 열정을 상징합니다. 이성으로 욕구와 기개를 조화롭게 통제해야 우리 삶을 효과적으로 달려가게 할 수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도자기나 동전에 쌍두 마차 비유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보면, 영혼의 기능적 구조에 대한 사상이 당대에 널리 인식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플라톤의 영향을 받은 성 어그스틴은 인간 마음의 기능을 지-정-의, 즉 이성, 감성, 의지로 구분했습니다. 19세기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도 이런 구분의 전통을 따랐습니다. 칸트는 ‘인간의 마음에 더 이상 다른 것으로 환원할 수 없는 세 가지 능력, 곧 인식, 감정, 욕망의 능력이 갖추어져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놀랍게도 현대 성격심리학도 심리적 기능을 삼분하는 전통을 따릅니다. 미국 심리학회는 성격을, “사고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패턴으로 나타나는 개인 간 차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 정의에서 개인 간 차이, ‘개인차’는 심리학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일찍이 플라톤도 사람마다 이성, 욕구, 기개의 기능이 다름 즉 개인차를 중요하게 인식했습니다. 사람마다 생각하고, 추구하고 욕망하는 대상이 다르므로, 서로 조화를 이루는 노력, 곧 절제의 중요성을 플라톤은 강조했습니다.

플라톤은 절제를 심포니아(Symphonia) 혹은 하모니아(Harmonia)와 같은 것이라 했습니다. 교향곡을 뜻하는 단어 "Symphony"는 “함께, 같이”라는 접두어 “Sym”과 “소리, 울림을 뜻하는 Phone가 합해진 것입니다. 심포니에서 서로 다른 소리가 어우러져 하나의 질서에 따라 음악 형식을 이루는 것처럼,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 절제를 하여 조화로운 관계를 맺는 것을 플라톤은 정의(justice)”라고 가르쳤습니다.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고 시너지를 내기 위해 먼저 자기 마음의 세 기능, 지, 정, 의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를 인식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분석하고 계획하고 평가하는 지적 기능은 강하지만,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고 공감하는 정서 기능이 약합니다. 어떤 사람은 관심 대상에 한번 꽂히면 좌고우면 않고 밀고 나가는 의지는 강하나, 함께 하는 사람의 사정이나 다른 대안을 생각할 여유를 갖지 못합니다.


누구든 심리적 기능이 어느 정도 한쪽으로 기울어져 그의 개성을 나타냅니다. 하모니를 이루지 못하는 각자의 개성은 불협화음을 낼 뿐입니다. 서로 다른 개성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의 두드러진 기능이나 성향을 절제해야 합니다.


가족이나 동료와의 심포니와 하모니를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삶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심포니 혹은 하모니를 이루기 위해서는, 각자 행동 양식을 관찰하여 어떤 심리 특성이 두드러지게 작용했는지 추론하고 인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정-의” 개념틀에 바탕하여 성격적 행동을 체계적으로 관찰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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