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균열

삭막한 시대에 부치는 미완의 찬가

by 기록습관쟁이

어느덧 달력의 마지막 장이 바람에 들썩이는 격동의 12월입니다. 거리에 울려 퍼지는 캐롤의 경쾌함 뒤로, 한 해를 마주하는 우리들의 마음은 못내 복잡 미묘하기만 합니다. 매년 이맘때면 우리는 의례적으로 망년을 이야기하며 술잔을 기울이지만, 올해 12월은 술의 기운보다는 사람의 온기에 먼저 취하게 됩니다.

그리웠던 얼굴들을 마주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안부들을 건네다 보니 12월의 끝자락에 다다랐습니다. 잔을 채우는 건 술이지만, 정작 우리가 채우고 싶었던 건 올 한 해 마음 한구석에 생겨난 적막함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 찰나의 순간들이 모여, 차가운 겨울바람을 막아줄 외투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혹시 당신도 "올해 계획했던 일들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자책의 늪에 빠져 계신가요? 연초에 야심 차게 적어 내려갔던 다이어리들의 빈칸들이 마치 성적표처럼 우리를 압박해 올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괜찮습니다. 정말로 괜찮습니다.

우리가 사는 인생은 정해진 선로를 달리는 기차가 아니라,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가는 항해와 같습니다. 인생은 본래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의 거대한 집합체입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날씨와 조류가 있듯, 삶에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수많은 외부 요인들이 존재합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은 당신이 게을렀기 때문이 아니라, 당신이 살아있는 역동적인 삶의 한복판을 통과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완벽한 계획은 박물관의 박제된 표본에나 어울리는 단어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고도화된 시대는 우리에게 전례 없는 물질적 풍요를 선사했습니다. 손가락 하나로 지구 반대편의 소식을 듣고, 원하는 물건이 다음 날 새벽 문 앞에 놓이는 기적 같은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눈부신 속도는 역설적으로 우리에게서 여유라는 소중한 자산을 앗아갔습니다.

효율성과 생산성이라는 잣대는 우리 일상을 득과 실이라는 이분법적인 파도 속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공포, 더 나은 내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은 우리를 더욱 처절하게 자기 계발의 굴레로 등 떠밉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고, 퇴근 후에도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우리 모습은 치열하다 못해 때로는 애잔하기까지 합니다.

이제 공동체라는 든든한 울타리는 희미해졌고, 우리는 각자가 하나의 섬이 되어 홀로 서기를 강요받습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무한 경쟁의 시대, 온라인이라는 망망대해를 유영하며 저마다의 먹거리를 찾아 분투하는 모습은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쓸쓸한 자화상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결과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12월이 왔다고 해서 모든 경기가 종료된 것은 아닙니다. 축구 경기로 치자면 우리는 아직 추가 시간을 달리고 있을 뿐이며, 이 시간은 언제든 역전의 드라마가 쓰일 수 있는 기적의 시간입니다.

오늘의 작은 실패가 내일의 패배를 담보하지 않습니다. 지금 당신이 무너지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이어가는 그 사소한 행동들을 보십시오. 매일 아침 무거운 몸을 일으키는 일, 타인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 실패 속에서도 다시 책상 앞에 앉는 그 작은 움직임들 말입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할지 모르나, 저는 믿습니다. 이러한 미세한 진동들이 모여 미래라는 견고하고 거대한 벽에 아주 작은 균열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당장은 아무 변화가 없는 것 같아 보일지라도, 그 균열은 어느 순간 벽 전체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여는 시작점이 될 겁니다. 당신의 보이지 않는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조금 방황해도 좋습니다. 길을 잃었다는 건 새로운 길을 발견할 기회를 가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전할 때 조금 횡설수설하면 어떻습니까. 논리 정연한 말보다 투박하고 진심 어린 고백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입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정답을 강요하고 직진만을 요구하지만, 때로는 멈춰 서서 옆을 보고, 때로는 뒤로 돌아가 보는 여백이 필요합니다. 그 여백 속에서만 우리는 비로소 '나'라는 존재의 민낯을 마주하고 위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 가장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온기

세상이 아무리 차갑고 삭막해진다고 해도, 우리가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할 단 한 가지는 서로를 향한 사랑과 온기입니다. 인공지능이 시를 쓰고 로봇이 일을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인간만이 줄 수 있는 체온과 공감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합니다.

당신이라는 존재는 단순히 생산성을 내는 기계가 아닙니다. 당신은 누군가의 소중한 자녀이자, 친구이며, 동료이고, 무엇보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은 고귀한 생명입니다. 당신이 존재한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누군가는 삶의 희망을 얻고, 삭막한 세상 속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습니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누군가의 햇살입니다.


남은 2025년, 이제 일주일 남짓한 시간이 우리 앞에 놓여있습니다. 이 시간은 무언가를 새로 이루기에는 짧을지 몰라도, 나 자신을 안아주고 타인과 온기를 나누기에는 충분히 긴 시간입니다.

후회라는 무거운 짐은 이제 그만 내려놓으십시오. 대신 그 자리에 '수고했다'는 격려와 '사랑한다'는 고백을 채워 넣으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걸어온 모든 발자국이 꽃길은 아니었을지라도, 그 거친 길을 걸어온 당신의 구두 굽에는 이미 당신만의 향기가 배어 있습니다.

당신의 2025년이 아름답게 마무리되기를 소망합니다. 비록 세상은 여전히 격동하고 우리를 흔들어 놓겠지만, 당신의 내면만큼은 고요하고 따스하기를 기도합니다. 당신의 모든 걸음, 그 찬란한 분투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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