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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본다

SNS는 우리의 편향을 강화한다

by 기록습관쟁이

요즘 대화가 어렵다. 친구들과 만나도,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과 이야기해도, 심지어 가족들과 대화할 때조차도. 누구나 자기주장이 강하다. 정치 이야기가 나오면 분위기가 싸해지고, 경제 이야기를 하면 목소리가 높아진다. 자녀 교육 문제도 마찬가지다. 서로 생각을 나누기보다는 자기 의견을 밀어붙이려 하고, 상대가 수긍하기를 바란다. 그러다 보면 대화가 아닌 설전이 되고, 결국 감정만 상한 채 끝나버린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랬던 걸까?


얼마 전 친구들과 만나 정치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고 듣고만 있었는데, 친구 둘이 점점 열을 올리더니 결국 감정이 격해졌다. 한쪽은 "이건 팩트야!"라며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내밀었고, 다른 한쪽은 "그 언론사는 원래 편향됐어!"라며 반박했다. 서로가 믿고 싶은 정보만 골라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그 순간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는 왜 이렇게 편향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까?


이 현상의 근원은 바로 <인지 편향>과 <확증 편향>에 있다.


인간의 뇌는 무수한 정보를 모두 수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더 익숙하고, 더 편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생긴다. 이것은 북적이는 시장 한가운데서도 자신이 필요한 소리만 골라 듣는 것과 같다. 이 과정에서 몇 가지 대표적인 심리적 기제가 작용한다.


확증 편향

사람은 자신의 기존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선호하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관점과 맞는 뉴스만 찾아보는 것,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해당 브랜드의 긍정적인 후기만 찾아보는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는 스스로 옳다고 믿고 싶은 것만 강화하면서, 다른 가능성을 애써 외면한다.


얼마 전 부모님과 경제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확증 편향을 실감했다. 나는 "요즘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라던데?"라고 말했다. 그러자 부모님은 "아니다, 부동산은 절대 안 떨어져!"라며 여러 기사와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셨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부모님이 가져온 자료들은 모두 부동산 상승을 주장하는 내용뿐이었다. 반대의견을 다룬 기사나 영상은 전혀 없었다. 결국 서로 다른 정보를 소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지 부조화

자신의 신념과 모순되는 정보가 주어졌을 때, 인간은 불편함(부조화)을 느낀다. 이를 줄이기 위해 기존 신념을 더욱 강화하거나, 새로운 정보를 왜곡해서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흡연자는 "우리 할아버지는 평생 담배를 피웠지만 90세까지 장수하셨다"며 흡연을 정당화한다. 불편한 진실보다는 편안한 거짓이 더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내 경험을 떠올려보면, 다이어트를 할 때 이런 인지 부조화를 자주 겪었다. "야식은 살이 찐다"는 걸 알면서도, "이 정도는 괜찮아"라며 야식을 시켜 먹곤 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야식이 꼭 나쁜 건 아니다"라는 글을 찾아 읽으며 죄책감을 덜었다. 결국, 내가 보고 싶은 정보만 찾아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있었던 셈이다.


선택적 지각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각자의 경험과 가치관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인간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전혀 다른 견해가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얼마 전 지인과 함께 한 영화를 봤는데, 나는 감동적이라고 느꼈던 장면을 그는 지나치게 작위적이라고 평가했다. 똑같은 화면을 보고도 해석이 달랐던 이유는, 우리가 각자 보고 싶은 대로 해석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편향적 사고는 사실 생존 본능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원시 시대에는 불필요한 정보까지 모두 받아들이면 생존에 불리했기 때문에, 인간은 빠르고 효율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선택하는 방식을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이 본능이 때때로 독이 되기도 한다.


특히, SNS와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은 우리 편향을 더욱 강화한다. 우리가 관심 있는 정보만 골라 보여주는 시스템 속에서, 우리 세계관은 점점 더 좁아지고, 다른 의견을 배척하는 경향이 심화된다. 결국,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 편향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편향을 완전히 극복하는 것은 어렵지만, 최소한 이를 자각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려는 노력은 가능하다. 다른 관점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평소 보지 않던 정보에도 관심을 가지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우리는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존재이지만, 때때로 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더 넓은 세계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인간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은 생존을 위한 뇌의 효율적인 정보 처리 방식이지만, 동시에 편향된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는 양날의 검이다. 그러니 가끔은, 불편한 진실에도 귀를 기울여 보자. 그 안에 우리가 놓치고 있던 더 넓은 세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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