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조절의 힘
독감으로 며칠째 끙끙 앓으며 체력이 바닥난 상태였다.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나왔지만, 여전히 몸은 무거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만큼은 가볍고 활기찼다. 속으로 '이 정도면 뭐, 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운동하러 나섰다. 컨디션은 나빴지만, 열정은 넘쳤고, 무엇보다 팀원들과 함께 뛰고 싶었다.
볼링장에 도착해 공을 잡았을 때의 설렘은 여전했다. 첫 몇 번의 샷은 운 좋게 들어가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경기가 진행될수록 몸이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내게 경고를 보내기 시작했다. 팔은 천근만근 무거워졌고, 숨은 가빠졌다. 한 발 한 발 움직일 때마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볼링장을 가득 채운 함성 속에서도, 나의 몸과 마음은 점점 고요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안쓰럽고 걱정스러운 눈길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부끄럽지 않았다. 오히려 웃음이 났다. "그래, 오늘은 그냥 즐기는 날이야." 승패에 연연하지 않기로 마음먹자, 경기는 다시 재밌어졌다. 공을 굴리는 단순한 행위만으로도 웃음이 나왔고, 그 순간만큼은 몸 상태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게임을 마친 후, 한참을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며 생각했다. '나는 왜 이렇게 무리했을까?' 오늘 내 모습은 마치 프로야구에서 한계를 넘어서려다 경기를 망치는 선수들과 닮아 있었다.
최고의 선수들이 보여주는 자기 조절의 힘
프로 스포츠를 보다 보면, 누구나 욕심을 낼 때가 있다. 한계에 도달한 순간에도 더 해보려는 마음, "혹시나"라는 희망이 선수들을 붙잡는다. 하지만 그 욕심은 때론 독이 된다. 2022년 MLB 플레이오프에서 LA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가 보여준 모습이 떠오른다. 그는 최고의 투수로 인정받는 선수지만, 가끔 지나친 욕심으로 승부를 그르치곤 했다. 한 번은 교체 타이밍을 놓쳐 과투구를 하다가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내주었다. 그날의 인터뷰에서 그는 "내가 팀을 더 믿었어야 했다. 내가 다 할 수 있다는 욕심이 결국 패배를 불렀다"고 고백했다.
반대로, 적당히 멈출 줄 아는 용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도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케냐의 사무엘 완지루는 평소에도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선수로 유명했다. 그는 "훈련의 양보다 중요한 건 질이다. 내 몸이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훈련의 일부다"라고 말하곤 했다. 그는 매번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안에서 최대치를 끌어내는 법을 알았다.
오늘 나는 그들이 가진 "자기 조절의 힘"을 배우지 못했다. 대신, 몸이 나에게 직접 가르쳐줬다.
과유불급의 지혜를 삶에 녹이다
사람들은 종종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막상 그 시점을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아직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마음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오늘의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욕심은 잠깐의 희망을 줄지 모르지만, 결국 그 끝은 체력고갈과 성과 저하다.
이 교훈은 단지 운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삶의 여러 측면에서 "적당히"의 미학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도, 인간관계도, 심지어 나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그렇다. 너무 몰두하면 번아웃에 빠질 수 있고, 그렇다고 너무 소극적이면 발전이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벤치에 앉아 천천히 맥박이 가라앉는 것을 느끼며 다짐했다. "오늘의 실패를 내일의 교훈으로 삼자. 적당히 쉬고, 컨디션을 끌어올려 다음에 더 잘해보자." 나아가,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도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실력의 시작이 아닐까.
오늘 나는 승패 이상의 것을 얻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삶의 지혜를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