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과 현실의 괴리 그리고 용기

중디 월드뮤직 라디오 #234

by 이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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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과 현실의 괴리 그리고 용기



1.

지노 파올리 : 배신당한 것 같은 느낌


'이렇게 늦을 리가 없는데 너무 늦는군'

'혹시. 아 아니야 그 친구가 나에게 그럴 리가 없어'

'아, 그렇지만 이건 정말 아니잖아. 역시 날 배신했군.'

그에게 슬픔이 찾아왔고 그다음엔 증오가 찾아왔다.

그리고 그 후엔 아무것도 찾아오지 않았다.

친구가 오지 않은 그날부터 증오로 가득 메워진 그의 일상은

더 이상 새로움이 들어갈 틈이 없었다.

스스로 그 암흑 속에 갇혀 불행한 남자라고 못을 박은 후

하루하루 절망과 증오 사이를 반복해가며 인생을 겨우 연명하였다.

그를 만나 말을 걸고 싶었지만 그런 반전의 용기는 없었다.



2.

파브리찌오 : 뼈저린 안타까움


얼굴에 닿는 축축하고 따뜻한 느낌에 눈을 떴을 때

매콤한 연기 사이로 세상이 90도로 누워 있었고

아스팔트에 흐르는 것이 자신의 피라는 것을 인지 하면서

그는 정신을 잃었다.

잠시 후 관절이 비상식적으로 꺾인 채 누워있는 자신을

드론의 시각으로 볼 수 있었을 때 비로소 자신의 사망을 자각하였다.

그의 인생은 더 이상 전개되지 않고 여기서 멈췄지만

어긋난 약속 때문에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 친구에의 걱정은 멈추지 않았다.

공간을 이동하여 친구의 집에 갔을 때

친구는 배신의 수치와 증오에 가득 차 모르는 사람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 말을 걸 수도 없었다.



3.

진실과 대면할 용기


파올리는 슬픈 일상이 지겨워지자 용기를 내어 삶을 끝내기로 결심했고 그것을 실행하려고 했을 때

파비안에게서 파브리찌오의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충격적인 놀람과 비통함으로 더 이상 걷지 못하고 주저앉는 사이에 이런 생각을 했다.

어둠에 익숙해져 삶을 쉽게 포기하고 끝내려는 자신의 불끈 용기가 너무 부끄러웠다.

그리고 진실과 대면하려는 용기가 없는 심약한 자신을 한탄하며 통곡했다.

그러자 그의 얼굴은 다른 사람이 아닌 본인의 얼굴로 돌아왔다.






Una lunga storia d'amore - Gino Paoli

[#234 전곡연속듣기]

https://youtu.be/0H_DWyp1NsQ?list=PLal9sIB3XTQzuyGKpHhQxRen5y-v-beCf

중디 월드뮤직 라디오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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