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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우 May 12. 2022

모처럼


모처럼 

우거진 화단을 정리한다. 

잡초를 뽑았고 

흙을 뒤엎었고 

꽃과 나무를 심었다. 


모처럼  

피부에 흙이 묻었고 

머리에는 풀과 먼지가 뒤엉키며 

소처럼 일했다. 


모처럼 

근육이란 것을 썼고 

땀이란 것을 흘렸다. 

거친 숨과 열린 땀구멍으로 

향긋한 풀냄새가 났다. 

이것은 자연인의 향기인가 


그리고 

여느 때처럼 

허브향 샴푸와 바디워시로 몸을 닦아내고 

tv를 보면서 스테이크를 먹었고. 

칠레산 와인을 마셨다. 


잠시 후 

근육은 다시 안정기에 들어갔고 

땀구멍은 닫혔으며 

풀냄새는 더 이상 나지 않았다 

내 몸은 무미한 인간으로  

다시 초기화되었다.



https://youtu.be/xDNIso86-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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