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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우 Jul 16. 2020

노동자의 걸리적거리는 죽음

Chico Buarque - Construção(건설공사)

Chico Buarque


제3세계의 월드뮤직은 의외로 노랫말을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상상을 첨가하여 새로운 음악으로 만들 수 있어 좋은 점이 많다. 그러므로 굳이 진실을 밝히듯 꼬치꼬치 따져 상상을 짓누르며 듣는다는 것은 어리석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Chico Buarque(시쿠 부아르끼)의 음악은 그렇게 듣기에는 그의 힘없이 흐느적거리는 목소리 외에 얻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을 뿐 아니라 오해로 인해 좋은 음악을 그냥 흘려 내버리는 아까움이 클 것이다.

그는 좋은 작곡가라기보다는 좋은 음악을 담을 수 있는 좋은 디렉터라는 말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역사학자인 아버지와 화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엄마라는 지적 특권층에서 자란 그는 Tom Jobim과 João Gilberto의 영향을 받으면서 음악의 삶을 만들어갔는데 그런 와중에도 그는 여러 편의 소설과 희곡, 영화를 발표했고 여러 문학상을 받기도 한다.

그의 서민적이고 사회적인 음악과 문학은 60년대 브라질의 군사독재 시절 탄압을 받아 실형을 받거나 저작물이 금지되기도 했지만 가명으로 출판하는 등 그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은 정착되어 그것이 지금까지 민주화운동뿐 아니라 사회운동가로의 활동을 굳히게 된다.


Construção라는 이 앨범은 그의 음악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고 타이틀 곡인 Construção(건설)은 군사독재 시기에 만들어진 민중적인 곡으로 그의 문학과 음악성을 대표하는 곡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건설 노동자의 하루와 비참한 죽음을 형식적 서사시 형태의 가사와 독특한 음악형식으로 만든 음유 시이다.

가사는 17구절을 1개의 블럭을 3번 반복하고 6구절을 끝으로 마무리하는데 각 블럭을 반복할 때마다 각구절의 형용사를 3블럭 다르게 바꿔가며 언어 게임처럼 진행하는데 마지막은 결국 노동자의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음악 또한 문학적 가사처럼 마치 영화를 보는듯한 독특한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너무나 인상적인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거대한 기계 속의 작은 톱니바퀴 부품처럼 한 노동자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이어지는데 어느 날 작은 실수로 그 톱니가 어긋나 떨어지듯 사고가 일어나 죽게 된다. 그러나 시스템으로서의 대형 기계에게 그 사건은 한 인간의 죽음과는 상관없이 하나의 불량부품이 시스템에 에러를 일으키는 귀찮은 작은 고장에 불과한 것이다. 부품으로써의 한 노동자는 전체 시스템에 민폐를 끼치는 창피하고 거추장스러운 죽음일 뿐이다. 시스템에게 그의 죽음이란  빨리 그 걸리적거리는 부품을 치우고 새 부품으로 갈아 끼워야 할 번거로운 일일 뿐이다.

그리하여 공사장에서 헛발을 디뎌 떨어진 노동자는 죽으면서도 오직 한 가지 만을 생각해야 했다. 자신의 에러로 인한 시스템에 대한 미안함과  자신의 죽어가는 몸 때문에 여러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그들에게  불쾌함을 주는 것에 미안해해야 했다.



노랫말은 이렇다


      

그는 그것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랑을 나누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인 것처럼 그의 아내에게 키스했다.


그리고 그는  아이들 하나하나를  어루만지며 키스하였다.


그리고 그는 수줍은 걸음으로 길을 나섰다.


그리고 그는 마치 기계처럼 공사장에 올라갔다.


그리고 그는 바닥부터 네 단의 비계를 세웠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마법처럼 벽돌을 쌓아 올렸다.


그리고 그의 눈은 콘크리트와 눈물이 얽혀 탁해져 갔다.


그리고 그는 마치 토요일인 것처럼 쉬기 위해 앉았다.


그리고 그는 마치 왕자처럼 빵과 콩을 먹었다.


그리고 그는 한숨 돌리듯  술을 마셨다.


그리고 그는 마치 토요일인 것처럼 춤추고 웃었다.


그리고 그는 음악에 취한 듯  공중에서 비틀거렸다.


그리고 그는 마치 새처럼 허공을 가르며 날아서 떨어졌다.


그리고 그는 눌린 박스처럼 납작해졌다.


그리고 그는 부끄럽게도  하필 보도 한가운데서 고통스러워야 했다.


그리고 그는 행인들의 통행을 방해하면서 죽어갔다.


그리고  그는 사람들의 토요일을 방해하면서 죽었다.


그리고 그는


이 땅에 태어나 먹고, 잠자고, 웃고, 숨 쉬게 해 준 신의 뜻에 보답하려는 듯


그리고 영원한 평화와 구원을 줘야 하는 신의 임무에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죽었다.


- - - 


이 앨범은 스테레오 녹음을 극적으로 이용했는데 왼쪽 오른쪽의 스피커에서 각기 다른 사운드가 나오며 두 사운드가 충돌하고 융합하면서 독특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반드시 두 개의 스피커로 들어야 한다.


[듣기] Construção(건설공사)

https://youtu.be/0KDAWlZHtQY




Chico Buarque - Construção


[전곡 듣기] Chico Buarque - Construção Album 

https://youtu.be/0JKlx69eRJQ?list=PL43T1ehjnKSVkhRUMuTk1te5svLGaKX4d

1.  Deus Lhe Pague

2.  Cotidiano

3.  Desalento   (Chico Buarque, Vinicius de Moraes)  

4.  Construção 

5.  Cordão 

6.  Olha Maria   (Tom Jobim, Chico, Vinicius)    

7.  Samba De Orly (Chico, Toquinho, Vinicius)

8.  Valsinha  (왈츠)   (Chico, Vinicius) 

9.  Minha História (Gesubambino) (Adapted by Chico, Written by  Lucio Dalla , Paola Pallotino)

10.  Acalanto (자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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