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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우 Dec 26. 2020

이상한 배신

1.


그녀가 나를 멀리하려는 이유는 그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처음부터 분명히 알고 있다.

그러므로 그녀가 지금 세상에 대한 실망과 자신의 무력감이 우리의 사랑에 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나는 너무 잘 이해한다.

그리고 그는 이 모든 것을 방관하는 것처럼 보이는 나의 섬세하지 못한 배려에 화가 나기도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 기분 좋게 맑은 날.  나는 문득 깨달았다. 전달하지 못한 마음은 흩어지는 구름에 불과하다고. 행동하지 않는 사랑은 비겁한 침묵이라고 스스로 득도하였던 것이다. 나는 비로소 알게 된 사랑의 진실과 그 충만한 가슴을 누르지 못하고 그녀에게 말했다.


"그동안 너의 고통을 몰랐던 건 아니야. 다만 내가 조금 바빴을 뿐, 너에 대한 사랑은 한 번도 흐려진 적이 없었어.  그리고 이제부터는 좀 더 너와 가까이서 너와 함께할 거니까 걱정은 이제 그만해도 돼.  지금부터는 나 자신을  조금 더 희생하여 너와 너의 희망만을 응원하며 살아가기로 결심했어. 이제 우리의 꿈과 사랑을 아름답게 가꾸어 가자꾸나."


그러자 먼 하늘에 고정되어 있던 그녀의 눈은 이미 촉촉해져 있는 것 같았고 감동적인 흥분을 감추는 듯한 눈길로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제발, 제발 그러지 말아 줘. 나의 꿈과 행복은 이미 이루어졌을 거야. 처음부터 당신이 없었다면...  

이제 제발 나를 떠나 줄 수는 없겠니? 마지막으로 부탁할게!"





2.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없다. 아니 그녀는 그런 자신 자체가 없었다.

그이가 좋아하는 것이 그녀가 좋아하는 것이고, 그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그녀가 좋아하는 것이다

그녀는 조수석이 그녀가 있어야 할 자리라는 것을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그 자리가 그녀에게는 가장 행복한 자리이며  그녀의 세상의  전부였다.  


그녀에게 자신만의 행복이란 애초에 없었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한 자신의 희생은 자신이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고귀하고 유일한 소명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감동에 빠져들기까지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녀의 그이와 아이들은 그런 엄마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고 가끔 침해라고 까지 생각하였다. 그리고 어느 때부터인가는 그런 엄마를 기피하기까지 했고 수 많은 눈치도 주었지만 그녀는 줄곧 알아차리지 못했다. 


몇 년이 흘렀을까. 가족은 사회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장했고, 이제는 각자 자신의 뚜렷한 길을 찾게 되고 그 후로도 수 많은 계단을 뛰어올랐다. 

다만 그녀만을 아직도 조수석에 머물러있었다. 그리고 스스로 주행을 할 수 없는 그녀는 이미 그들을 따라가기에 너무 아랫 계단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더 이상 그들을 따라갈 기력을 잃고 말았을 때 그녀는 이제 완전히 혼자서 그곳에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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