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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동 Dec 02. 2022

사람이었네

루시드 폴 - 사람이었네

나는


사람이었네


어느 오후 창문에 불시착한 빗방울을 가만히 바라보는


보드라운 강아지 흰 털에 구름처럼 미소가 지어지는


탁 트인 벌판 지평선 보면 깊은 호흡을 내쉬게 되는


한강 다리 건너는 지하철

지는 노을에 가슴 언저리도 잔잔히 타는


종탑과 지붕이 찬란한 이국의 풍경에 턱을 괴게 되는


향긋한 코코넛 향 거품을 손으로 동그랗게 모아 보는


베란다에서 보는 인공위성 하나를 별처럼 떠올리고


어디선가 낮게 흥얼거릴 그녀의 목소리에 서서히 잠들어 가는


나는


사람이었네


비록 완벽하고 특출나지는 못하여도


내가 닿고자 하는 그 선에 닿지는 못하여도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남과 나를 저 아래까지 원망할 때 있어도


나는 사람이었네


그러지 못하여도 나는 이미 살아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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