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저작물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표현에 창작성이 요구됩니다. 표현에 창작성이 있어야 되는 것이지, 아이디어에 창작성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아이디어와 표현의 이분법은 다음 글에서 포스팅하겠습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처럼 아이디어에 창작성을 요구한다면 저작물로 인정되는 창작물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은 표현이 아닌 아이디어에 국한될 때 정당화되는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작권법에서 창작성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創作’이라는 말을 사전적으로 풀이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創(비롯할 창)은 비롯하다, 시작하다는 뜻이고 作(지을 작)은 짓다, 만들다는 뜻으로 ‘처음 만들다, 처음 시작하다’ 정도로 거칠게 이해할 수 있겠죠?
저작권법에서 창작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특허법의 신규성(novelty)과 비교해보는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출원(出願)의 발명이 출원 시에 공지 · 공용되지 않은 것을 뜻하는 신규성은 객관적, 절대적으로 판단을 합니다. 하지만 창작성은 주관적, 상대적 개념으로 창작자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창작성을 판단하는 개념적 징표로 크게 ①독자성과 ②창조적 개성 두 가지를 고려합니다.
‘독자성’이라는 것은 남의 것을 베끼지 않고 자신이 독자적으로 작성한 것이라는 의미로, 저작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독자성은 인정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독자적으로 작성되었다고 해서 창작성을 인정하면 예술적 가치가 없거나 조잡한 것에도 창작성이 인정되어 저작물로 인정되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에 독자성만으로 부족하고 창조적 개성(creativity)까지 인정되어야 창작성이 인정된다는 관점이 대두되게 된 것입니다.
창작성에 관한 논의는 저작권의 기본 철학과 연관시켜 생각해야 합니다.
창작자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을 저작물로 파악하는 노동이론에서는 독자성만으로 충분하다고 이해합니다. 이는 창작성이라는 것이 애초에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창작성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보는 입장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독자성만으로 창작성을 인정하게 되면, 쉽게 저작물로 인정되어 문화의 향상발전이라는 저작권법의 목적에 반하게 됩니다.
저작권법의 목적인 문화의 향상•발전을 유인해 준데 대한 대가가 저작권이라고 보는 유인이론에서는 문화발전에 이바지하거나 공헌할 만한 수준의 창작성이 있어야만 저작권으로 보호를 해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독자성만으로 부족하고 창조적 개성까지 요구된다고 이해합니다. 창조적 개성을 지나치게 요구하게 되면 어느 정도 수준의 창조적 개성이 요구되는지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법적 안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저작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노동을 투자 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최소한의 창조적 개성은 갖추어야 한다는 것에는 별다른 이론이 없습니다. 다만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창조적 개성을 요구하는지에 대해서 견해의 대립이 있습니다.
법원은 창조적 개성의 수준을 일률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저작물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창작성의 개념자체를 다르게 판단하지는 않지만 ‘기능적 저작물’의 경우에 창조적 개성의 유무를 보다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1) 독자성만으로 창작성을 판단한 사례
대법원 1995.11.14. 선고 94도2238 판결(“세탁학기술개론” 사건)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이기 위하여는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이어야 하므로(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그 요건으로서 창작성이 요구되나 여기서 말하는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어떠한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음을 의미할 뿐이어서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하여는 단지 저작물에 그 저작자 나름대로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의 특성이 부여되어 있고 다른 저작자의 기존의 작품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이면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2) 창조적 개성까지 강조한 사례(“설비제안서 도면” 사건)
대법원 2005.01.27. 선고 2002도965 판결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로 규정하고 있는바, 위 법조항에 따른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기 위해서 필요한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어떠한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음을 의미하므로,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 즉 저작물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표현을 담고 있는 것은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이라고 할 수 없고, 한편 저작권법은 제4조 제1항 제8호에서 "지도·도표·설계도·약도·모형 그 밖의 도형저작물"을 저작물로 예시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도형저작물은 예술성의 표현보다는 기능이나 실용적인 사상의 표현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로서, 기능적 저작물은 그 표현하고자 하는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이 속하는 분야에서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규격 또는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이해의 편의성 등에 의하여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며, 동일한 기능을 하는 기계장치나 시스템의 연결관계를 표현하는 기능적 저작물에 있어서 그 장치 등을 구성하는 장비 등이 달라지는 경우 그 표현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저작권법은 기능적 저작물이 담고 있는 사상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저작물의 창작성 있는 표현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기술 구성의 차이에 따라 달라진 표현에 대하여 동일한 기능을 달리 표현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그 창작성을 인정할 수는 없고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는지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여야 한다.
4. 합체의 원칙(Merger Doctrine), 필수장면이론(Scenes a Faire) 등
위 대법원 2005.01.27. 선고 2002도965 판결이유에 있는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은 어떤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방법이 하나이거나 극도로 제약되어 있어 아이디어와 표현이 하나로 합체되어 있다고 볼 경우, 그 표현을 저작물로 보호하지 않는다는 ‘합체의 원칙’과 비슷합니다.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다면 창조적 개성이 인정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필수장면이론은 소설이나 영화에서 어떤 아이디어를 표현함에 있어서 필수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장면은 보호하지 않는다는 이론입니다. 가령, 부모의 복수를 위해 은닉고수에게 수련을 받는다는 복수 이야기, 납치당하거나 살해당한 자식의 복수를 위해 범인을 쫓는 부모 이야기, 어두운 동굴 속으로 들어가자 박쥐 무리가 갑자기 날아 움직이는 장면 설정 등 경험적으로 쉽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전개나 장면은 창작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법무법인 조율 정동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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