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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동근 변호사 Jul 24. 2019

음란물도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가?


1.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1도10872 판결


최근 대법원은 음란물도 저작물로서 보호된다는 판결(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1도10872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이 2007. 8. 2.부터 2011. 6. 15.까지 P2P 사이트에 상습적으로 음란물을 업로드하여 불특정 다수의 회원들이 불법다운로드를 받게 한 행위는 저작권법 상의 전송에 해당하여 저작권법위반이라 원심의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7. 27. 선고 2011노1544 판결)을 확정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저작권법은 제2조 제1호에서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정의하는 한편, 제7조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로서 헌법·법률·조약·명령·조례 및 규칙(제1호),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시·공고·훈령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제2호), 법원의 판결·결정·명령 및 심판이나 행정심판절차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절차에 의한 의결·결정 등(제3호),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작성한 것으로서 제1호 내지 제3호에 규정된 것의 편집물 또는 번역물(제4호),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제5호)를 열거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저작물이라 함은 위 열거된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에 속하지 아니하면서도 인간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것으로서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담고 있으면 족하고, 그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사상 또는 감정 그 자체의 윤리성 여하는 문제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설령 그 내용 중에 부도덕하거나 위법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된다고 할 것이다."라는 이유로 음란물을 저작물로 인정했습니다.




2. 음란물의 저작물성


대법원의 이러한 판결에 대해 "합법의 범위 밖에 있는 것을 법적으로 보호한다는 취지라면 불법과 범법도 보호받아야 한다는 건가", "음란동영상 제작 자체가 국내에선 불법인데 저작권이 인정된다는 것인가?", "이러한 판결이 나려면 우선 음란 동영상을 합법화해야 하는 게 아니냐", " "저작권 인정했다는 건 야동(야한 동영상)을 상업적으로 운영해도 된다는 말 아닌가. 상업적으로 하지 말라고 하면서 저작권 보호하는 건 말이 맞지 않는 거 같다", "불법물로 간주하는 동영상을 우선 합법화한 다음에 지금과 같은 판결을 내렸어야 한다. 순서가 잘못됐다"는 등의 네티즌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하지만 위 판결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작권법의 이념, 저작권법과 다른 법과의 관계, 저작물을 인정하는 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냉철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음란물도 저작물에 해당하는가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전에 '음란물'이 무엇인가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합니다. 선정적인 장면이 포함되어 있는 많은 예술 작품에 대해 이를 작품이라는 명분 하에 예술로서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있어왔던 논의입니다. 이에 관한 논의를 철학적·미학적으로 해보자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음란성이라는 개념은 추상적 개념으로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인식되는 유동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많은 예술작품이 당대에 음란하다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심지어 출판이나 전시조차 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진부할 정도로 많이 들어왔습니다. 이를 두고 "시대를 앞서간 비운의 천재", "천재를 알아보지 못한 무지한 사회"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성냥갑에 인쇄된 고야의 '나체의 마야'를 두고 법원에서 음란물이라고 인정한 사례도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올 정도로 이상한 판결이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판결을 내리는 것이 사회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법원에서 생각했을 겁니다.


예술작품은 당연히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지만 '음란물은 저작물이 아니므로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생각은 음란물과 예술작품을 구별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타당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음란물과 예술작품을 구별할 수 있을까요? 더군다나 예술가도 아닌 법조인들에게 그러한 식견이 있을까요?


물론 이에 대해 '포로느와 같이 극단적인 영상물은 예술작품이 아닌 것이 분명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지만, 이러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면 "그렇다면 소프트코어 포르노는?", "약간의 스토리와 연기력이 있는 배우들이 출연하는 포르노는?", "성기가 노출되지 않는 성인비디오는?" 식의 끊임없는 논란이 발생할 것입니다. 제가 대학시절 읽었던 마르퀴스 드 사드의 '소돔 120일'이라는 작품은 지금 보아도 포르노 소설인지 작품인지 구별이 가지 않습니다.


저작권은 특수한 예외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호기간이 저작자의 사후 70년까지입니다. 세상의 가치가 빠르게 변하고, 미래 세대의 미에 대한 가치까지 지금의 잣대로 판단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지금 시대의 잣대는 지금 이 순간에만 유효한 것임을 고려할 때 음란성에 대한 판단은 가급적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3. 음란물을 저작물로 인정하는 것이 사회에 반드시 해로울까?


얼핏 보면 '음란물을 저작권법이 보호한다면 사회의 도덕이나 윤리가 보호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음란물을 저작물로 보호한다고 해서, 형법이나 기타 법률에 의해 음란물을 유통시키는 행위를 처벌하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음란물을 저작권법으로 보호하지 않는다면 마음대로 음란물을 유통시기거나 불법업로드 해도 저작권법 위반이 아니기 때문에 음란물이 더욱 확산된다는 아이러니 한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제 포르노 제작 회사는 포르노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니까 돈을 많이 벌겠구나"하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다른 법에서 포르노의 유통자체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음란물을 저작물로 인정한다고 해서 한국에서 그 유통이 합법화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결국 포르노 제작회사가 유포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유포자나 온라인서비스 제공자를 상대로 침해금지가처분이나 침해금지청구는 가능하므로 오히려 포르노 제작 회사가 포르노 유통을 합법적인 권리의 행사로 유통을 차단시킬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음란물을 불법다운로드 하는 것이 저작권 위반행위 일 수도 있겠다는 인식의 확산으로 음란물을 불법다운로드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4. 맺음말


음란성에 대한 판단 자체가 유동적인 개념이므로 가급적 유보해야 한다는 생각과 음란물을 저작물로 인정한다고 해서 음란물이 이 사회에 더욱 확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고려할 때 음란물을 저작물로 인정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법무법인 조율 정동근 변호사

지식재산권법 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부동산 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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