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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동근 변호사 Jul 18. 2019

인간과 사물의 사헤일루

인간 해킹의 시대

1. 사헤일루 시대의 도래


2015년 2월 17일 <더레지스터>는 미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원(DARPA)이 시각 피질에 이미지를 주입할 수 있는 직접 신경 인터페이스(DNI)를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인간 두뇌에 삽입하는 이 칩의 개발이 완료되면 오큘러스VR나 구글글래스 같은 보조 기구 없이도 가상현실 이미지를 인간의 두뇌에 직접 투사할 수 있게 됩니다. 인간의 뇌와 컴퓨터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완성되는 것이죠.


또한 최근 미국이나 영국에서 사람의 몸속에 베리칩이라 불리는 전자칩을 심는 일이 크게 늘어나면서 논쟁이 일고 있습니다. 베리칩(verichip)은 ‘확인용 칩’(verification chip)의 약어이며 무선주파수 발생기인 RFID 칩의 일종으로 생체조직에 심을 수 있도록 쌀알 크기 정도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주사기를 통해 간단하게 인체에 주입할 수 있으며, 별도의 제거 수술을 받지 않는 한 몸속에 영원히 남게 됩니다. 이 칩에는 개인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유전자 정보 또는 고유 번호가 기본적으로 저장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 칩은 무선으로 외부와 통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 개인 정보가 저장된 외부의 데이터베이스와 연결되는 순간 이 칩을 통해 개인의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개인의 신분에 관한 신상정보뿐 아니라, 계좌 등 금융거래 정보, 유전자와 같은 생체 정보, 질환 및 진료 기록과 같은 의료 정보 등을 모두 이 칩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GPS와 연결되면 언제 어디서든 개인의 위치 추적도 가능합니다. 이런 연유로 이 칩은 인간의 몸에 이식되어 개인의 신분확인, 건강관리, 자산관리 등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 사물인터넷(IoT), 만물인터넷(IoE)의 발달로 네트워크화의 범주가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사물인터넷과 만물인터넷이 인간으로 확장이 되는 것을 넘어, 인간이 지배적인 플랫폼이 되는 사회가 도래하게 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모든 것이 연결된 사회, 새로운 ‘유토피아’가 도래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요?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 장자의 유명한 호접몽은 이제 기술의 발전으로 더 이상 철학적 이야기가 아닌 게 되어버렸습니다. 위대한 인식의 경지, 너와 나의 구분이 의미가 없어지는 물아일체의 경지가 기술의 발전으로 현실화되는 날이 곧 도래할 것 같습니다.


영화 ‘아바타’의 판도라 행성의 모든 생물들은 마치 인간의 뇌의 뉴런처럼 네트워크화 되어 있습니다. 나비 족과 많은 생물들이 ‘사헤일루(Tsaheylu)’를 통해 생물학적으로 교감을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통해 기술적으로 인간과 사물의 교감(?)이 가능하게 되는 시대가 올 것 같습니다.



커즈와일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는 올해 1월초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2040년 전까지 인간의 정신과 의식을 업로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인간 기억력의 한계가 기술의 발전으로 사라지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2. 사헤일루 시대의 정보보안


정보보안가라면 인간 플랫폼 시대가 디스토피아가 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전까지 제어와 해킹의 대상이 컴퓨터나 서버였다면 이제는 인간 그 자신이 해킹의 목표가 될 수 있겠죠. 바로 바이오 해킹의 시대를 대비해야 합니다.


Caenorhabditis elegans이라는 선형동물이 있는데, 현재 이 동물의 모든 뉴런(총 302개의 뉴런)에 대한 정보들이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뉴런의 연결성 정보 그 자체를 '커넥텀(Connectome)'이라고 하는데, 이 뉴런의 연결성 전부를 1986년에 John Graham White라는 훌륭한 과학자가 모조리 전자현미경으로 찍어서 노가다 작업을 통해 밝혔다고 합니다.


위 선형동물의 연결성 정보를 프로그램화하여, 위 정보를 로봇에 탑재합니다. 로봇에는 근육 대신 모터가, 감각기 대신 소나 기반의 센서가 달려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로봇을 제어하는 어떤 알고리즘도 없고 단지 선형동물의 뉴런 연결정보만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입체 스캔 기술이나 3D 프린팅 기술이 발달하면 인간 두뇌의 뉴런 커넥텀도 언젠가는 프로그램화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 때에는 인간의 기억도 데이터화하여 타인의 두뇌에 전송할 수 있게 될지 모릅니다.


아니면 DNA 가닥으로 만들어진 작은 나노봇(Nanobot)으로 뇌를 통해 클라우드 컴퓨팅 서버와 접속하는 기술이 개발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뉴런의 전기적 신호를 컴퓨터 언어로 바꾸어서 외부로 전송할 수도 있고, 역으로 컴퓨터 언어를 전기적 신호로 바꾸어 외부 정보를 뇌에 이식할 수 있게 됩니다.


나노봇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몸이 기계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플랫폼화 된 인간의 몸을 제어하기 위해 OS가 내장 될 수 있습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개인정보의 정보수준보다 바이오해킹 시대의 정보수준은 상상은 초월합니다. 디테일한 인체정보, 심지어 기억까지 개인정보로 파악될 테니까요.


그렇다면 정보보안 전문가들은 바이오해킹 시대에 어떻게 개인정보를 지켜야 할까요?


먼저 가장 원시적인 방법은 신경 인터페이스(DNI), 베리칩(verichip), 나노봇(nanobot) 등을 이식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신용카드 시대에 현금만 사용할 수 없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간과 사물을 연결해주는 인터페이스를 이식하여 세상의 모든 정보를 자유자재로 이용할 때, 혼자 아날로그 방식으로 인터넷을 뒤지거나 책을 보면서 노가다 작업만 하고 있을 수 있을까요?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의 인터페이스를 거부할 수 없을 겁니다.


구체적인 보안책은 해당 기술이 상용화되었을 때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해킹의 수준이 인간의 뇌를 지배하는 단계까지 진행된다면 정보보안 전문가는 단순히 정보를 지키는 수준을 넘어 인간의 의식 자체를 지키는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되겠죠.


법무법인 조율 정동근 변호사 

지식재산권법 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부동산 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http://www.ipj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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