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기록 요구, 자료제출명령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합니다) 제109조 제1항에 의하면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함으로써 피해를 입은 자가 있는 경우 피해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집니다. 위 손해배상책임은 과실책임이지만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가 고의 또는 과실이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하여야 합니다. 또한 손해액의 산정이 곤란할 경우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에 기초하여 상당한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부당공동행위와 보복조치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자료제출명령, 비밀유지명령의 특칙을 두고 있습니다.
공정거래법상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성격을 가집니다. 따라서 위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에 대하여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사항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민법상 불법행위에 관한 법리가 적용됩니다.
1. 당사자
가. 손해배상청구권자
1) 원고적격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자에게 원고적격이 있습니다. 피해자인 원고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지 않으면 법원은 소각하가 아닌 청구기각의 판결을 합니다.
2) 지방자치단체
조달청이 지방자치단체를 위하여 입찰을 실시한 후 낙찰자와 조달계약을 체결한 경우 조달계약의 당사자는 대한민국과 낙찰자이므로 수익자에 불과한 지방자치단체가 입찰담합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문제됩니다.
대법원은 2022. 3. 31. 선고 2017다247145 판결에서, “부산교통공사는 공사계약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수익자로서 조달청장과는 독립된 지위에서 설계보상비를 지급하였고, 이로 인하여 부산교통공사에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부산교통공사는 불법행위자들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 손해배상의무자
1)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
공정거래법 제109조 제1항은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는 자로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반행위의 실제 행위자인 임직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때에는 민법상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를 하여야 하고, 위 소에는 민법이 적용됩니다.
2) 과실책임
사업자 내지 사업자단체가 고의 또는 과실이 없었음을 증명하여야 하고, 위 증명을 하지 못하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합니다.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가 위법행위의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 및 작동시키지 않았고, 감시 및 감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위반행위에 대한 과실의 존재가 인정됩니다. 그러므로 회사의 직원이 임의로 위반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감시 및 감독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은 부정될 수 없습니다.
2. 관할법원
관할법원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의 소로서 관할이 정해집니다. 피고의 소재지 내지 불법행위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 또는 지원에 관할이 있습니다.
3. 시정조치 확정 불필요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함에 있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가 확정될 것을 요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의 위반행위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와 무관하게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4. 심리
가. 심리상의 특칙
심리는 일반 민사소송절차에 의합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기록요구, 자료제출명령, 비밀유지명령, 소송기록 열람 청구 통지의 심리상 특칙을 두고 있습니다.
나.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기록 요구
1) 의의
공정거래법 제110조는 손해배상청구의 소가 제기되었을 때 법원은 필요한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하여 사건 기록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손해배상소송에서 위반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나 심결절차 자료를 활용함으로써 당사자의 증명책임 부담을 완화하고, 심리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하여 인정되고 있습니다.
2) 요구 대상
가) 사건 기록
법원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요구할 수 있는 자료는 사건 기록입니다.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상대방 당사자가 위반행위자로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나 심결을 받은 사건 기록을 의미합니다. 위 기록이 아닌 자료는 촉탁 절차에 의하여 요청할 수 있습니다. 사건 기록에는 사건관계인, 참고인, 감정인에 대한 심문조서, 속기록, 증거가 될 수 있는 모든 자료들이 포함됩니다. 따라서 문서에 한하지 않고, 검증의 대상이 되는 물건도 사건 기록에 속합니다.
나) 자진신고 자료
공정거래법 제44조 제4항에 의하면 공정거래위원회 및 소속 공무원이 자진신고와 관련된 자료를 사건 처리와 관계없는 자에게 제공하거나 누설하는 것은 금지됩니다. 다만, 사건처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자진신고자가 자료 제공에 동의한 경우, 사건과 관련된 소의 제기 또는 수행에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자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자료 제공사유에 포함되지 않는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진신고 자료의 제공을 거부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3) 절차
가) 법원의 직권 요구
법원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하여 직권으로 기록을 요구합니다. 법원은 판단에 따라 사건 기록의 전부 또는 일부만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당사자에게는 위 요구의 신청권이 없고, 당사자의 신청은 법원의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의미를 가질 뿐입니다.
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의무
공정거래위원회는 법원의 기록 요구에 협력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요구를 거부할 때에는 법원에 거부 사유를 통지하여야 합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자료 요구를 거부한다고 하여 공정거래위원회를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 제공 방법
공정거래위원회는 법원에 원본, 정본 또는 인증이 있는 등본을 제공합니다. 원본의 경우 분실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통상 인증등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원본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4) 증거조사
공정거래위원회가 법원에 기록을 제공하더라도 위 기록이 자동으로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위 기록은 피해자가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거나 법원이 직권으로 증거로 채택하였을 때에만 증거조사의 대상이 됩니다. 법원이 직권으로 자료를 요구하여 기록이 제공되면 당사자에게 기록을 열람하도록 한 후 당사자의 증거신청을 받아 증거조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 자료제출명령
1) 의의
법원은 사업자의 부당공동행위나 불공정거래행위 또는 사업자단체의 부당공동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의 소에서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상대방 당사자에게 손해의 증명 또는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명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위 자료에서 자진신고 자료는 제외됩니다.
손해의 증명 또는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에 대하여 자료제출명령이 있으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제출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당사자가 자료제출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원은 자료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뿐만 아니라 자료의 기재로 증명하려는 사실에 관한 주장까지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2) 요건
가) 대상 소송절차
자료제출명령은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의 부당공동행위나 사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인정됩니다. 불공정거래행위 중 부당지원행위는 대상에서 제외되고, 금지청구소송과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는 자료제출명령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다만,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금지청구소송과 손해배상청구소송이 병합하여 제기되는 경우에는 자료제출명령 제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나) 신청권자 및 상대방
자료제출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 자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의 당사자이고, 자료제출명령의 상대방은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상대방 당사자입니다. 소송당사자가 아닌 타인은 자료제출명령의 상대방이 될 수 없습니다.
보조참가인이 존재하는 경우 보조참가인은 자료제출명령을 신청할 수 있고, 자료제출명령의 상대방이 될 수 있습니다.
다) 자료제출명령의 대상
자료제출명령의 대상은 자료로 문서에 한정되지 않고, 위 자료에는 녹음테이프, 동영상 파일, 기타 물건이 모두 포함됩니다. 위 자료는 상대방 당사자가 소지하는 자료여야 합니다. 또한 손해의 증명이나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일 것을 요하므로 침해행위를 증명함에 필요한 자료는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나 발생된 손해의 정도를 증명함에 필요한 자료는 제출명령의 대상이 됩니다.
라) 증명책임
당사자가 자료제출명령을 신청할 때에는 상대방 당사자가 제출명령 대상인 자료를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과 위 자료가 손해의 증명이나 손해액 산정에 필요함을 증명하여야 합니다.
3) 자료제출명령의 거절사유
공정거래법 제111조 제1항은 자료의 소지자가 자료의 제출을 거절할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자료제출을 거절할 정당한 이유가 존재하는지의 여부는 자료의 내용과 성격, 정보공개가 자료소지자나 타인에게 미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정보와 증명사실 사이의 연관성 및 증거로서의 필요성 정도, 대체증거의 존재에 따라 판단됩니다. 상대방 당사자는 자료제출을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있음을 증명하여야 합니다.
4) 자료제출명령의 신청에 대한 심리와 재판
가) 의견진술 기회 부여
자료제출명령 신청이 이유없음이 명백하여 기각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상대방 당사자에게 신청서를 송달하여 자료제출명령 신청이 있음을 알리고,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여야 합니다.
나) 심리대상 문서에 대한 제시명령
자료제출명령 신청에 대하여 자료소지자가 제출거부사유의 존재를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위 주장의 당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자료의 제시를 명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다른 사람들이 위 자료를 보게 하여서는 안 됩니다.
5) 자료제출명령 불이행의 효과
가) 자료의 기재에 대한 신청인 주장의 진실 간주
당사자가 법원의 자료제출명령을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는 경우에는 자료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나) 증명하려는 사실에 관한 주장의 진실 간주
법원은 당사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법원의 자료제출명령을 따르지 않는 경우 자료제출을 신청한 당사자가 자료의 기재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주장하기에는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고, 자료로 증명할 사실을 다른 증거로 증명하는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경우에는 당사자가 자료의 기재로 증명하려는 사실에 관한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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