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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동근 변호사 Aug 14. 2023

[부당이득변호사] 부당이득제도의 유형

급부부당이득, 침해부당이득, 비용부당이득

Ⅰ. 부당이득법의 발전과정


1. 개요


부당이득제도의 핵심적인 부분은 유럽대륙에서 로마법을 기초로 발전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최종적인 형태는 독일민법에서 나타났습니다.


2. 로마법의 condictio


로마법은 condictio(부당이득반환소권)의 형태로, 계약에 기하지 아니한 채권을 형성하였습니다. 그 채권은 정당한 원인 없이 재산의 이동이 이루어진 여러 경우에 수익자를 상대로 손실자에게 인정되는 것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① 채무가 없음에도 착오로 변제한 경우(비채변제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소권), ② 공여를 함에 있어서 기대했던 수령자의 행위나 예상했던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됨으로써 합의했던 공여의 목적이 달성되지 않은 경우(목적부도달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소권), ③ 목적이나 수단의 불법성 때문에 그 취득이 비난받을 만한 것인 경우(불법원인급여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소권), ④ 절도 원인 부당이득반환소권이 있었습니다. 


3. ‘형평원리’에서 ‘법률상 원인의 흠결’로


이러한 부당이득제도는 초기에는 자연법적 학설의 영향 아래에서 ‘타인의 손해를 일으키는 이득은 어떠한 것이라도 허용되어서는 안 되고 그것은 반환의무를 발생시킨다’는 ‘형평 원리’에 의존하였습니다. 그러나 형평 원리는 부당이득만이 아니고 사무관리나 전용물소권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리이므로, 각 제도들이 분화하여 독자적 형태를 갖추는 데 있어서는 명확한 개념징표가 필요했습니다. 그러한 필요성은 ‘법률상 원인의 흠결’이라는 법원칙으로 나아갔습니다. 특히 사비니가 condictio에 관하여 ‘원인 없는 재산이동’이라는 공통요건을 제시하면서, 독일민법은 그 요건을 실체화하였습니다. 

‘타인의 급부로 인하여 또는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그의 손실로 법적 원인 없이 어떤 것을 취득한 사람은 그에 대하여 반환의무를 진다’ (독일 민법 제812조 제1항 제1문).


4. 통일설의 한계와 유형론의 발전


그러나 부당이득법은 반드시 반환청구자의 공여가 있는 경우(급부부당이득)만을 예정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기에서 사비니가 제시한 ‘원인 없는 재산이동’이라는 징표는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이후 20세기의 독일 민법학자들은 부당이득을 통일적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급부부당이득과 침해부당이득을 구분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유형론을 발전시켰고, 오늘날에 이르고 있습니다. 




Ⅱ. 부당이득 일반론


1. 성립요건


민법 제741조는 부당이득의 성립요건에 관하여 ①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의하여 이익을 얻을 것(이득 요건), ② 그 이득으로 말미암아 그 타인에게 손해를주었을 것(손해 요건), ③ 위의 이득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것(인과관계 요건), ④ 그 이득에 법률상의 원인이 없을 것(법률상 원인의 흠결 요건)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2. 통일설과 유형론의 차이 


통일설의 경우 부당이득의 모든 경우에 대하여 획일적으로 위 요건의 충족을 요구하지만, 유형론은 급부부당이득인지 침해부당이득인지 비용부당이득인지에 따라 위 요건을 탄력적으로 해석합니다. 


급부부당이득에서는 급부(의식적이고 목적지향적인 타인 재산의 증가)가 손실자에 의해서 행하여지는데, 이러한 급부의 원인이 되는 법률행위가 법률상 원인이 됩니다. 따라서 ① 일정한 채무의 이행을 위하여 급부가 행하여졌으나, ② 그 채무 또는 채무를 발생시키는 법률행위가 존재하지 않거나 성립하지 않거나 후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 ‘법률상 원인’의 흠결을 구성합니다. 


침해부당이득에서는 권리자에게 할당된 일정한 배타적 이익이 침해되어 다른 사람에게 귀속되어 있는 경우에 성립하는바, 타인의 권리를 이용할 수 있는 권원이 ‘법률상 원인’에 해당합니다. 대표적으로 임차권, 지상권 등이며 법률 규정(소멸시효 규정, 취득시효 규정, 선의취득 규정 등)도 법률상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3. 유형론의 실익


급부부당이득인지 침해부당이득인지에 따라 ‘법률상 원인’의 증명책임이 달라집니다. ‘법률상 원인의 흠결’이라는 주요사실을 급부부당이득에서는 손실자가 증명해야 하지만, 침해부당이득에서는 수익자가 항변으로 증명해야 합니다(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다37324 판결). 


4. 유형론에 따른 검토


가. 급부부당이득


1) 의의


급부자가 의식적 급부를 하였으나 실제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예를 들면 계약이 무효 ․ 취소인 경우) 급부부당이득이 성립합니다. 즉, 급부가 있었으나 법률상 원인이 흠결된 경우 그 급부는 수익자의 이득이자 손실자의 손해가 됩니다. 급부부당이득은 재화의 이동에 관한 법으로서 계약법의 보충규범으로 기능합니다. 


2) 전형적인 급부부당이득


가) 계약이 무효이거나 취소된 경우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다58367 판결]

의사무능력자인 피고가 금융기관인 원고와 사이에 대출거래약정을 체결하고 대출을 받아 갑에게 대여한 사안에서, 판례는 ①대출거래약정은 의사무능력을 이유로 무효이고 ②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현존이익의 반환을 구할 수 있으며 ③피고가 갑에게 대하여 대여금채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피고가 위 대출로 받은 이익은 그와 같은 채권의 형태로 현존하는바, 원고는 대출금 자체의 반환을 구할 수는 없으나 현존이익인 채권의 양도를 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 처음부터 계약이 불성립한 경우


다) 쌍방 귀책사유 없이 일방의 채무이행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


[대법원 1975. 8. 29. 선고 75다765 판결]

입목 매도인이 입목 매수인에게 벌채작업 후 입목을 인도하기로 약정하고 입목 매수인으로부터 계약금을 수령하였는데, 해당 임야가 국가에 의해 벌채금지구역으로 지정된 사안에서, 판례는 입 매도인에게 수령한 계약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쌍방의 귀책사유 없이 일방의 채무이행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 타방의 이행 청구권은 소멸하게 되므로, 그 타방이 이미 급부한 것을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을 수 있습니다. 


라) 채무가 없는데 변제를 하는 비채변제의 경우 


타인의 채무에 관하여 대위변제한 금원의 일부에 대하여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채권자는 대위 변제자에 대하여 그 금액에 관하여 부당이득을 한 것이 됩니다. 


마) 지시관계에서의 삼각급부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1다46730 판결]

“계약의 일방 당사자(피지시자)가 계약 상대방의 지시(지시자) 등으로 급부과정을 단축하여 계약 상대방과 또 다른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제3자(급부수령자)에게 직접 급부한 경우, 그 급부로써 급부를 한 계약 당사자의 상대방에 대한 급부가 이루어질 뿐 아니라 그 상대방의 제3자에 대한 급부로도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계약의 일방 당사자는 제3자를 상대로 법률상 원인 없이 급부를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면서 피지시자는 급부수령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바) 전용물소권


전용물소권에 관한 논의는 제3자가 타인 사이의 계약으로부터 이득을 얻은 경우 그 이득이 부당이득을 구성하는가의 문제로서, 그 인정여부가 문제됩니다. 


가령,  건설업자(A)에게 대지조성공사를 맡긴 도급인(B)이 공사완료 후 그 토지가 타인(C)의 소유임을 알고 도급보수의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에, 비용지출자에 해당하는 A는 도급계약의 상대방인 B에 대한 도급계약상의 보수청구권 이외에 토지소유자인 C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취득하는가? 이것이 이른바 전용물소권의 문제입니다(A가 C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전용물소권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위의 예에서 제3자(A)가 자신의 계약당사자(B)가 아닌 타인(C)을 상대로 계약에 따른 반대급부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은 그의 계약상의 채권에 일정한 우월적 지위가 인정됨을 의미합니다. 즉 B의 파산시 A가 전용물소권을 행사하여 C로부터 만족을 얻으면, 결국 B의 책임재산을 이루는, C에 대한 권리가 A의 권리에만 충당되는 결과로 된다. 이러한 우월적 지위를 인정할 것인지가 문제의 핵심입니다.


판례는 기본적으로 전용물소권을 부정하는 입장입니다. 


[대법원 2002. 8. 23. 선고 99다66564, 66571 판결]

“계약상의 급부가 계약의 상대방뿐만 아니라 제3자의 이익으로 된 경우에 급부를 한 계약당사자가 계약 상대방에 대하여 계약상의 반대급부를 청구할 수 있는 이외에 그 제3자에 대하여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면, 자기 책임하에 체결된 계약에 따른 위험부담을 제3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이 되어 계약법의 기본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채권자인 계약당사자가 채무자인 계약 상대방의 일반채권자에 비하여 우대받는 결과가 되어 일반채권자의 이익을 해치게 되고, 수익자인 제3자가 계약 상대방에 대하여 가지는 항변권 등을 침해하게 되어 부당하므로, 위와 같은 경우 계약상의 급부를 한 계약당사자는 이익의 귀속 주체인 제3자에 대하여 직접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 침해부당이득


1) 의의


침해부당이득은 법질서에 의하여 권리자에게 배타적으로 할당된 이익이 침해되어 다른 사람에게 귀속되어 있는 경우에 성립합니다. 침해부당이득은 재화를 보호하는 기능을 담당하는바 불법행위법의 보충규범으로 기능합니다. 


2) 전형적인 침해부당이득


가) 부합


(1) 손실자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다른 물건에 부합시키는 행위로 인하여 손실자가 소유권을 상실하게 한 경우에 손실자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집니다(민법 제261조).


(2) 동산양도담보 목적물에 부합이 발생한 경우


판례는 “양도담보권의 목적인 주된 동산에 다른 동산이 부합되어 부합된 동산에 관한 권리자가 그 권리를 상실하는 손해를 입은 경우 주된 동산이 담보물로서 가치가 증가된 데 따른 실질적 이익은 주된 동산에 관한 양도담보권설정자에게 귀속되는것”이라는 이유로 양도담보권자는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2다19659 판결).


나) 타인의 물건 또는 권리의 권한 없는 이용


(1) 건물에 의한 토지 점유 


① 건물소유자의 경우 


판례는 “건물은 그 부지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고, 건물의 소유자는 현실로 건물이나 그 대지를 점거하고 있지 않더라도 그 건물의 소유를 위하여 그 부지를 점유한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여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부지 사용으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한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1991. 6. 25. 선고 91다 10329 판결).


② 미등기건물 양수인의 경우


또한 건물의 소유자뿐만 아니라 미등기건물을 양수하여 건물에 관한 사실상의 처분권을 보유하게 된 양수인 역시 건물부지를 점유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61193 판결). 


③ 건물점유자의 경우 


반면 건물을 실제 사용․수익하고 있는 자(예를 들어 임차인)는 그 건물의 대지를 점유하는 자로 볼 수 없다고 합니다(대법원 2003. 11. 13. 선고 2002다57935 판결). 


(2) 임대차관계와 실질적 이득론(실질적 부당이득론)


원래 차임이 있는 임대차계약의 경우 임대차 종료 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경우라도 임차인은 차임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판례는 임차인의 임대차종료 후 부당이득과 관련하여 “부당이득의 반환에 있어서 이득이라 함은 실질적인 이익을 의미하므로, 임대차계약관계가 소멸된 이후에 임차인이 임차건물 부분을 계속 점유하기는 하였으나 이를 본래의 임대차계약상의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지 아니하여 실질적인 이득을 얻은 바 없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임대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의 부당이득 반환의무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여 실질적 이득론의 입장입니다(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다8554 판결).


다) 공유지분과 부당이득


(1) 과반수 지분권자의 배타적 사용으로 인한 부당이득


과반수 지분권자가 공유물을 배타적으로 사용·수익하는 경우에 공유물의 관리에 관한 사항은 공유자 지분의 과반수로 결정하므로(민법 제265조) 위와 같은 사용은 적법하지만 과반수 지분권자는 소수지분권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있습니다. 


(2) 소수지분권자의 배타적 사용으로 인한 부당이득


공유물의 소수지분권자인 피고가 공유물의 또 다른 소수지분권자인 원고와 협의하지 않고 공유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경우, ①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공유물의 인도를 청구할 수 없고, ②피고는 자신의 지분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합니다(대법원 2020. 5. 21. 선고 2018다287522 전원합의체 판결).


다. 비용부당이득


1) 의의


타인의 채무를 변제하거나 타인 소유의 물건에 비용을 지출하여 타인이 이득을 얻은 경우 등의 사안에서 비용지출자가 사무관리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에 발생합니다. 


지출행위가 급부로서의 성질(의식적이고 목적지향적인 타인 재산의 증가)을 가지면 급부부당이득이 성립하고 비용부당이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또한 비용부당이득은 지출행위가 자발적이라는 점에서 침해부당이득과 차이가 있습니다. 비용부당이득은 사무관리규정의 보충규정으로 기능합니다. 


2) 전형적인 비용부당이득


가. 타인 채무의 변제 


(1) 수임인의 비용상환청구권(민법 제688조) 또는 사무관리자로서 비용상환청구권(민법 제739조)이 성립하는 경우에는 비용부당이득이 문제되지 않습니다.


(2) 제3자가 자기 고유의 채무인 것으로 오인하고 채무의 변제에 나아간 경우에는 타인을 위하여 하는 의사인 사무관리의사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사무관리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때 제3자는 채무자에 대하여 비용부당이득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3) 또한, 제3자가 채무자의 채무인 줄 알면서 이를 변제하였으나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도 사무관리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제3자는 채무자에 대하여 비용부당이득을 구할 수 있습니다. 


나. 타인 소유 물건에의 비용지출


타인 소유 물건에 손실자가 비용을 지출하여 수익자의 재산을 증가시킨 경우에 비용부당이득이 성립합니다. 단, 점유자의 회복자에 대한 비용상환청구권(제203조), 사용차주의 비용상환청구권(제611조)와 같은 다른 민법 규정에 의한 비용상환청구권이 적용되지 않으면서, 사무관리 요건도 충족되지 않는 경우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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