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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동근 변호사 May 18. 2024

병행수입과 최초판매의 원칙 및 권리소진이론

Ⅰ. 병행수입의 의의 


병행수입은 상표권자가 국내외에서 동일한 상표를 각 국내법에 따라 등록한 경우 제3자가 국내의 상표권자 또는 전용사용권자의 허락 없이 외국에서 그 국내법에 따라 적법하게 상표를 부착하여 판매된 진정상품을 수입하여 판매하는 행위입니다. 진정상품이란 국내에서 권리자의 상품과 동일시 할 수 있는 상품을 외국에서의 권리자가 적법하게 유통시킨 상품입니다. 진정상품이 아닌 위조상품의 경우에는 병행수입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동일한 상표를 부착한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각 국마다 판매가격이 상이하므로 가격이 저렴한 국가에서 수입하여 가격이 비싼 국가에서 판매한다면 그 차액만큼의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Ⅱ. 최초판매의 원칙 및 권리소진이론


1. 의의


최초판매의 원칙은 합법적으로 저작물의 복제물을 이전받은 사람은 그 복제물의 소유권에 의하여 다시 판매, 임대 기타의 처분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원칙입니다. 또한 권리소진이론은 권리자 또는 권리자의 동의를 받은 자가 시장에서 거래에 제공한 상품에 대해서는 그 상표권은 대가의 취득에 의하여 소진되고, 제3자의 상표권 사용 및 판매행위가 상표권침해행위로 되지 않는다는 원칙입니다. 


최초판매의 원칙은 주로 저작권법상 복제물의 배포에 관한 배포권의 소진을 의미하고, 권리소진이론은 지식재산권법 전반의 영역에서 혼용되어 사용됩니다. 


2. 적용범위 


권리소진이론은 저작권법과 반도체집적회로의 배치설계에 관한 법률에는 규정되어 있으나 상표법이나 특허법에는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상표권이나 특허권에 대하여도 권리소진이론이 적용되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표권의 권리소진이론은 상품에만 적용되고, 서비스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저작권법 제20조(배포권)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배포할 권리를 가진다. 다만,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이 해당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을 받아 판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반도체집적회로의 배치설계에 관한 법률 ( 약칭: 반도체설계법 ) 제9조(배치설계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 범위) 

② 제8조에 따른 배치설계권의 효력은 적법하게 제조된 반도체집적회로등을 인도받은 자가 그 반도체집적회로등에 대하여 영리를 목적으로 제2조제4호다목에 규정된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미치지 아니한다.




3. 요건


가. 권리자 또는 그의 동의에 의한 거래에의 제공


1) 권리자 또는 권리자의 동의


권리소진이론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상표권자 또는 상표권자의 동의를 받은 자에 의하여 상품이 거래에 제공되어야 합니다. 상표권자의 동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방법으로 가능합니다. 그러나 묵시적 동의의 경우에는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합니다. 또한 상표권자가 동의를 하였는지의 여부는 상표권자의 주관적인 의사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상표권자의 동의를 확인할 근거가 있는가를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판단되어야 합니다. 


2) 거래제공


거래에 제공된다 함은 상품이 시장에 제공됨을 의미하고, 상표권자에게 거래제공을 통하여 상표의 경제적 가치가 실현되어야 합니다. 상표권자에게 상표의 가치가 실현되지 않았다면 거래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단순 제공, 화물운송인에게의 위탁 내지 상표권자의 수입의 경우 법률상 처분권의 교환이 일어나는 제3자에 대한 양도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권리소진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다만, 상품이 반드시 유상으로 거래에 제공될 필요는 없고, 무상으로 거래에 제공되더라도 권리소진이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상품을 견본품 교부의 목적으로 무상으로 제공하더라도 권리소진이 발생합니다. 


나. 국내의 거래에의 제공


거래제공의 장소는 국내일 것을 요합니다.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는 국내에서의 거래에 대하여 권리소진이론이 적용됩니다.


다. 상표를 부착한 상품


권리소진의 대상은 모든 종류의 상표이므로 거래에 제공되는 상품에는 상표권자가 상표를 부착하였어야 합니다. 


4. 효과


권리가 소진되면 상표권자는 상표권을 행사할 수 없고, 상표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권리소진은 상표권을 제한하는 효과를 발생시킵니다. 거래에 제공되어 거래가 발생한 시점부터 권리는 소진됩니다. 


5. 관련문제 


가. 상표의 부착


이미 사용된 상품을 회수하여 일부를 개수하거나 수선하여 다른 상표를 붙인 경우 기존 상표권자의 상표권을 침해하였는지의 여부가 문제됩니다. 이 때에는 실질적으로 상품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이나 수선으로서 생산행위로 볼 수 있는지에 따라 상표권이 침해되었는지를 결정합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표권자 등이 국내에서 등록상표가 표시된 상품을 양도한 경우에는 당해 상품에 대한 상표권은 그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서 소진되고, 그로써 상표권의 효력은 당해 상품을 사용, 양도 또는 대여한 행위 등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할 것이나 원래의 상품과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이나 수선을 하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생산행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상표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이나 수선으로서 생산행위에 해당하는가의 여부는 당해 상품의 객관적인 성질, 이용형태 및 상표법의 규정취지와 상표의 기능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도3445 판결).


나. 계약위반과 권리소진


상표권자가 통상사용권자와 상표권사용계약을 체결하면서 일정한 계약상 조건을 정하였으나 통상사용권자가 계약을 위반하여 상품을 유통시킨 경우 권리소진이론이 적용되는지가 문제됩니다. 


계약 조건에 위반하여 통상사용권자가 상품을 유통시킨 모든 경우에 권리소진이론이 배제되지 않고, 계약상 부수적인 조건을 위반한 경우라면 권리소진이론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계약상 부수적인 조건을 위반하여 상품이 유통된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권리소진의 원칙이 배제된다고 볼 수 없고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 상표의 주된 기능인 상표의 상품출처표시 및 품질보증 기능의 훼손 여부, 상표권자가 상품 판매로 보상을 받았음에도 추가적인 유통을 금지할 이익과 상품을 구입한 수요자 보호의 필요성 등을 종합하여 상표권의 소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도14446 판결).


외국의 상표권자 내지 정당한 사용권자가 상표를 부착한 이후 거래 당사자 사이의 판매지 제한 약정에 위반하여 다른 지역으로 그 상품이 판매 내지 수출되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그 상품의 출처가 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어서 그러한 약정 위반만으로 외국 상표권자가 정당하게 부착한 상표가 위법한 것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5. 6. 9. 선고 2002다61965 판결).


다. 특허소진의 원칙


1) 의의 


특허소진의 원칙 또는 특허권의 소진이란 권리소진이론이 특허권에 대하여 적용된 원칙으로 유형물인 특허제품이 권리자나 그의 허락을 받은 자에 의하여 거래에 제공된 이후에 권리자가 이중의 이득을 얻는 것을 방지하게 위하여 특허권자의 권리 행사를 제한하는 원칙입니다. 


2) 적용범위 


일반적으로 특허제품의 수리의 범위 내에서는 특허권의 소진이 인정되나 수리의 범위를 넘어 재생산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특허권의 소진이 인정되지 않고 특허권 침해가 성립합니다.


3) 국내소진과 국제소진


특허물품이 국경을 넘어 유통될 때 국내소진은 특허권 소진을 전면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국제소진은 특허권 소진을 전면적으로 인정합니다. 그러므로 국내소진 체계에서는 타국에서 특허물품이 거래에 제공되었더라도 국내에서의 특허권자의 특허권 행사에는 영향이 없고, 국제소진 체계에서는 타국에서 특허물품이 판매되어 적법하게 유통되면 국내에서도 특허권이 소진되어 특허권자에 대한 특허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국제소진 체계에서는 특허물품의 병행수입이 가능하게 됩니다. 


4) 특허권에 관한 원칙과의 관계


가) 특허독립의 원칙


파리협약 제4조의2에 의하면 특허독립의 원칙에 따라 각 국에서 취득한 특허권은 모두 독립적인 지위를 가지므로 타국에서 특허권으로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그 나라에서 별도로 특허를 등록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어느 한 국가에서 특허권이 소진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국가의 특허권이 소진되는 것은 아니며, 특정 국가에서의 특허권 소진은 타국의 특허권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습니다. 


특허독립의 원칙은 특허권의 생성, 소멸에 대한 원칙으로서 특허권의 효력범위에 대한 원칙인 특허소진의 원칙과 무관하고, 각 원칙은 모순되지 않습니다. 


나) 속지주의 원칙


속지주의 원칙이란 각 국에서의 특허권의 성립, 이전, 효력은 그 국가의 법률에 의하여 정해지므로 특허권의 효력이 그 국가 영역 내에서만 인정된다는 원칙입니다. 


속지주의 원칙은 특허권의 효력이 타국의 영역에까지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고, 외국에서 최초로 유통된 특허품이 국내에 반입되었을 경우 그 특허품에 대하여 국내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는지에 관한 특허소진의 원칙과 무관합니다. 



Ⅲ. 병행수입의 요건


1. 진정상품


가. 의의


병행수입의 대상이 되는 병행상품은 외국에서 적법하게 상표를 부착하여 제조된 진정상품이어야 합니다. 외국의 상표권자 내지 정당한 상표사용권자가 상표를 부착하였다면 거래 당사자 사이의 판매지 제한 약정에 위반하여 다른 지역으로 그 상품이 판매 내지 수출되었다고 하더라도 정당하게 부착된 상표가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 위조상품 


1) 의미 


위조상품은 상품의 원생산자가 아닌 자가 정품을 모방하여 진짜인 것처럼 가장하여 판매하는 상품입니다. 위조상품은 일반적으로 정품보다 외관이나 기능의 품질이 낮습니다. 위조상품은 타인의 지식재산권을 무단으로 침해하여 제작되고, 주로 타인의 상표권, 디자인권, 저작권을 침해합니다. 또한 일반소비자들에게 재산적 및 심리적 피해를 입히고, 기업에게 매출손실의 피해, 제품의 희소가치 하락, 브랜드 이미지 실추의 피해를 입히게 됩니다. 


2) 적용 법률 및 제도


위조상품에 대하여 법적 조치를 취하기 위하여 적용되는 법률로는 상표법, 디자인보호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 있습니다.


관세청은 위조상품의 수입을 방지하기 위하여 병행수입통관 인증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습니다. 


2. 상표권자의 동일성


외국의 상표권자와 국내의 상표권자 사이에는 동일성이 존재하여야 합니다. 이 때 동일성은 법적 또는 경제적 동일성을 의미합니다. 상표권자 사이에 동일성이 존재하여야 한다는 것은 상표의 출처가 동일하여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국내 전용사용권자로서 등록을 마친 후 상표가 부착된 의류를 국내에서 제조, 판매하면서 많은 비용을 들여 제품에 대한 선전, 광고 등의 활동을 하여 왔고, 국외에서 판매되는 같은 상표가 부착된 의류 중에는 미합중국 외에 인건비가 낮은 제3국에서 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으로 제조되어 판매되는 상품들도 적지 않으며, 이 사건 국내 전용사용권 설정에 따른 계약관계 이외에 달리 동일인이라거나 같은 계열사라는 등의 특별한 관계는 없음을 알 수 있는바, 사실관계가 이러하다면 국외에서 제조, 판매되는 상품과 국내 전용사용권자가 제조, 판매하는 상품 사이에 품질상 아무런 차이가 없다거나 그 제조, 판매의 출처가 동일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또한 국외 상표권자와 국내 전용사용권자가 공동의 지배통제 관계에서 상표권을 남용하여 부당하게 독점적인 이익을 꾀할 우려도 적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이른바 진정상품의 병행수입이라고 하더라도 국내 전용사용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7. 10. 10. 선고 96도2191 판결).



3. 품질의 동일성


병행상품과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상품은 품질에 있어서 차이가 존재하지 않아야 합니다. 품질의 차이란 제품 자체의 성능, 내구성을 말하는 것이며, 부수되는 서비스로서의 고객지원, 무상수리, 부품교체의 유무에 따른 차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에 등록된 상표와 동일, 유사한 상표가 부착된 그 지정상품과 동일, 유사한 상품을 수입하는 행위가 그 등록상표권의 침해 등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상표권자 내지 정당한 사용권자가 그 수입된 상품에 상표를 부착하여야 하고, 그 외국 상표권자와 우리나라의 등록상표권자가 법적 또는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거나 그 밖의 사정에 의하여 위와 같은 수입상품에 부착된 상표가 우리나라의 등록상표와 동일한 출처를 표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이어야 하며, 아울러 그 수입된 상품과 우리나라의 상표권자가 등록상표를 부착한 상품 사이에 품질에 있어 실질적인 차이가 없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790 판결).



국내에 등록된 상표와 동일, 유사한 상표가 부착된 지정상품과 동일, 유사한 상품을 수입하는 행위가 그 등록상표권의 침해 등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상표권자 내지 정당한 사용권자가 그 수입된 상품에 상표를 부착하였어야 하고, 그 외국 상표권자와 우리나라의 등록상표권자가 법적 또는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거나 그 밖의 사정에 의하여 위와 같은 수입상품에 부착된 상표가 우리나라의 등록상표와 동일한 출처를 표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 아울러 그 수입된 상품과 우리나라의 상표권자가 등록상표를 부착한 상품 사이에 품질에 있어 실질적인 차이가 없어야 하고, 여기에서 품질의 차이란 제품 자체의 성능, 내구성 등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이지 그에 부수되는 서비스로서의 고객지원, 무상수리, 부품교체 등의 유무에 따른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6다4042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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