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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기산 Mar 29. 2020

하드보일드를 좋아하신다면

<탐정사전> 리뷰

 추리소설 역사상 가장 인기 있었던 탐정은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입니다. 얼마나 인기가 있었냐면, 이 시리즈 때문에 자신의 다른 작품들이 주목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코난 도일은, 급기야 단편 <마지막 게임>에서 셜록 홈스를 죽여버립니다. 하지만 곧 독자들의 엄청난 항의를 받게 되고, 결국 다시 살려내게 되죠. 당시 코난 도일은 모친에게 쓴 편지에 "내가 실제 사람을 죽였어도 이보다는 덜 비난받았을 것"이라고 불평합니다.


 하드보일드란 문학용어는 불필요한 수식어는 빼고, 사실의 묘사를 거칠게 다루는 방식을 말하는데요. 인물의 행동에 중심을 두고 묘사하는 기법으로, 대표적인 작가로는 탐정 '필립 말로우'를 탄생시킨 레이먼드 챈들러가 있습니다. 파이프 담배, 돋보기, 지팡이가 셜록을 상징한다면  중절모, 위스키, 권총은 필립 말로우의 상징이죠.


 저는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필립 말로우를 더 좋아합니다. 잿빛 도시와 냉혹한 사건들, 냉소적인 인물들과 화려한 네온사인, 거리의 공허함, 코트를 여미고 미궁의 사건이 기다리는 골목으로 들어가는 필립 말로우. 이것이 레이먼드 챈들러가 만들어 낸 그의 이미지입니다. 


 우리가 추리소설을 읽으며 느끼는 즐거움은 매력적인 탐정들을 보는 데 있습니다. 냉소적이고 혹은 엉뚱하고, 괴팍하다가도 정의로운 수많은 탐정들이 존재하죠. <탐정사전>은 매력적인 탐정들의 주요 해설을 담은 책입니다. 앞서 소개한 셜록홈스와 필립 말로우는 물론, 탐 크루즈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는 잭 리처,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만화 주인공 코난까지. 총 110명의 탐정의 성격과 주요 사건, 작품 등을 정리한 책입니다. 


<탐정사전, 프로파간다>


 고등학생 시절, <X파일>을 보면서 명실상부 수사물 최고의 듀오 멀더와 스컬리에 반했고, 반드시 '수사'를 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다짐과는 달리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컸지만, 여전히 수사, 탐정, 하드보일드는 저를 설레게 하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사립탐정제도가 있는 나라가 아니니 탐정 자격증을 딸 수 도 없고, 잘해봐야 떼인 돈이나 바람난 남편 찾아다니는 일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바로 이럴 때 간접체험이라는 문학의 기능이 적절한 해결사가 되어줍니다. <탐정사전>에 110가지 매력을 지닌 탐정들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어떤 탐정의 이야기부터 읽어볼지, 이 책을 통해서 정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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