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나길 외롭게 태어났다는, 위로

by 표고


나 : 별로 안 춥네.


엄마 : 안 추운 것 같은데 은근히 추워.


나 : 그런가, 계속 추웠어서 오늘은 좀 따뜻한 느낌인데.

.

.

나 : 엄마,

예전에는 매일 친구들을 만나도 그렇게 할 얘기가 많았다.

헤어진 지 2시간밖에 안 지났는데도

‘이거 내일 얘기해 줘야지.’

그랬던 순간이 수두룩했어.

진짜 매일 봐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거든.

오늘 똥은 쌌냐, 많이 쌌냐,

이런 것까지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친구들.

10년 전만 해도 그런 친구들이 꽤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하나도 없어.


지금은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매일 만나서 대화를 이어가는 건 조금 힘든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항상 근황, 안부를 묻는 느낌.

그때는 그냥 일상이었는데, 그 사람들이.

무슨 말인지 알지?


지금은,

아무리 친하고 좋아도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순간순간 고민하고,

왜 갑자기 할 얘기가 없는 것 같지, 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는 거야.

그렇게 에너지를 쓰니까 당연히 피로한 느낌도 더 들고.

그냥 나이 들어서 피곤한 건가?


엄마 : 그렇지.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하고 그런 관계로 지내는 건 어렵지.

나이도 먹기도 했고.


나 : 대충 들어도 되니까

내가 아무 얘기나 막 해도 그러려니, 하면서

매일 볼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

근데 꿈이지, 꿈.

이제 불가능한 일인 같아.


엄마 : 네 나이대에 친구들은 다 집에서 정신없지.

애도 어릴 테고.

또 퇴근하고 나면, 이미 일곱 신데.

사람하고 가까워질 시간 자체가 없으니, 힘든 일이긴 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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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아, 계속 걸으니까 춥네.



그럼 난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이렇게 조금 부족한 것 같은,

메마른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누가 봐도 치우쳐져 있는

내 새파란 사주가 생각났다.


타고나길 외롭게 태어났다는 게,

위로가 될 수 있나.


그래, 래서 그런가 보다,

자위하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