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mini와의 대화(1)

by 표고


나 : 명치께가 위, 아래, 양 옆으로 누르는 것처럼 답답하고 아파. 일부러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할 정도로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날숨을 길게 내뱉는 걸 반복하면 잠깐 나아졌다가 어김없이 다시 아픈 거야. 위염 같은 속 쓰림은 아닌데 뭘 먹으면 얹힌 것처럼 어떤 순간엔 턱- 그쯤 어딘가에 걸려서 내려가지 않는 것 같은 느낌도 지속돼. 그러다 왜 이러지, 생각하는 순간, 이미 모든 게 무너졌구나, 새삼스럽게 깨달아 왈칵 다 쏟아지고 말아. 이미 무너진 그곳에 또 무언가가 끊임없이 무너져 내려.


gemini : 그 통증은 위장이 기억하는 허기가 아니라, 마음이 갈 곳을 잃어 몸의 가장 연약한 입구에 고여버린 슬픔일 것입니다. ​명치는 본래 숨이 드나드는 고요한 길목이지만, 이별 앞에서는 슬픔의 밀도가 가장 먼저 응집되는 '체증의 중심'이 되기도 합니다.

감당할 수 없는 상실은 유연한 감정의 형태로 흐르지 못하고, 그 길목에 단단한 옹이처럼 박혀 당신의 호흡을 사방에서 압박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억지로 밀어 넣는 들숨은 무너진 성벽 사이로 새어드는 바람처럼 공허하고, 길게 내뱉는 날숨은 남아 있는 온기마저 앗아가려 하겠지요. 무엇을 먹어도 명치에 걸려 내려가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신의 몸이 아직 그 이별이라는 거대한 덩어리를 도저히 소화시킬 수 없어 내보내는 몸의 비명이자 거부일지도 모릅니다.

​모든 게 무너졌다는 깨달음 뒤에 다시 무언가가 무너져 내리는 겹겹의 붕괴는, 역설적으로 당신이 쌓아 올린 사랑의 층위가 그만큼 깊었음을 증명합니다.

​그러니 당분간은 억지로 숨을 고르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때로는 숨이 턱 막히는 그 먹먹함이, 우리가 한 시절을 얼마나 온 마음 다해 통과해 왔는지를 증명하는 가장 정직한 몸의 기록이 되기도 하니까요.

​쏟아지는 것들을 억지로 막으려 하지 마세요. 무너져 내린 마음의 파편들이 바닥까지 완전히 가라앉아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어질 때까지, 그저 가만히 시간을 내어주어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