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 체육관에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어서 다시 찾았고 꾸준히 운동한 눈에 보이는 결과를 얻었음에도 점점 체육관의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나에게만 문제점이었을 수 있는 사항이다.
관장님은 한 명 한 명 꼼꼼히 지도하신다기보다는 할 것을 던져주고 주기적으로 봐주시는 편이었다. 수강생은 많았지만 지도할 수 있는 사람은 혼자였기 때문이다. 나는 지루한 것을 잘 참는 편이고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을 했기 때문에 이런 점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예전과 비교해서 방치 수준이 심해졌다. 관장님의 관심은 전적으로 운동 실력이 좋은 어린 학생들에게 가있었다. 그 학생들에게 대회를 나가자고 권유하고, 그 학생들은 대회를 나가니까 더 많이 지도를 받았다. 물론 대회 수상 실적이 관장님의 지도자 실적에 도움이 될 테니 이해는 할 수 있지만 대회를 나가는 학생들’만’ 지도를 집중적으로 받는 경향이 강하게 보이는 것이 문제였다. 과거의 모습을 기억하는 나에게는 매우 아쉬운 부분이었다. 예전부터 이런 모습이었다면 나는 이 체육관에 다시 등록을 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체육관 분위기 역시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삼삼오오 모여서 체육관 구석에서 수다를 떨다가 학원 갈 시간 되면 학원을 가는 초등학교 저학년 애들이 많았다. 학원가는 사이사이 빈 시간마다 친구와 놀고 가는 모습이 내가 어렸을 때 놀이터에서 놀던 모습 같았다. 이제 그런 애들은 딱히 없어 보였다. 전반적인 수강 연령대는 중학생 정도로 높아졌고 직장인은 많이 줄어들었다. 그전에는 활기차고 운동하고 싶은 곳이었다면 이제는 소수의 엘리트에게만 관심이 집중되고 그 사이에 나이가 든 관장님은 더 열정이 식은 느낌이었달까. 이런 체육 엘리트주의에 초등학생 때부터 환멸을 느낀 나는 이 점이 굉장히 맘에 들지 않았다.
이런 변화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한동안 체육관을 닫아서인지, 아니면 세대교체(?)가 일어나서인지는 모르겠다. 가장 큰 이유는 경기 불황일 것이다. 경기 불황이 사람들의 운동 종목을 바꾼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불황일수록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운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입이 없는 학생들은 전적으로 부모님에게 학원 결정권이 있다. 체육 학원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다. 내가 부모 입장이고 한정된 자원이 있다면 주요 과목 학원을 먼저 고민했을 것이다. 이런 점이 어린 수강생이 줄어들게 된 원인이 아닐까. 학생들과 다르게 직장인의 경우는 운동에 더 투자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이런 여유는 최근 들어 동네에 부쩍 늘어난 필라테스와 PT샵을 찾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 와중에 가격이 더 오른다는 공지를 받았다. 대학원 졸업하고 입사한 곳은 헬스장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었다. 차라리 이렇게 지도 없이 혼자 운동할 것이면 회사 헬스장을 가는 것이 나았다. 그렇게 나는 더 이상 등록을 하지 않고 9개월의 체육관 수강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