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시간을 건너는 법
군에서 자주 사용했던 용어가 있습니다.
BMNT
(Begin Morning Nautical Twilight)
아침 해상박명 시작이라는 뜻으로,
해뜨기 직전 처음으로 하늘이 푸르게 밝아지는 시간
EENT
(End Evening Nautical Twilight)
저녁 해상박명 종료라는 뜻으로,
해가 완전히 져서
수평선위에 남은 빛이 사라지는 순간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여명'과 '황혼'정도일 겁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불리기도 하지요.
빛과 어둠이 뒤섞여 서로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간
해는 뜨지 않았지만 대략 실루엣이 보이는 새벽,
해가 완전히 졌는데도 아직 잔빛이 남아
잠시 미련을 두고 서성이는 저녁.
군에서는 경계근무를 강화하는 중요한 시간이고,
제 개인적으로는 인생을 비유하는 용어입니다.
제가 이 용어를 자주 떠올리는 이유는
인생도 비슷한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희미하게 빛이 보이지만
아직 어둠이 짙은 새벽 간은 시간,
확실한 희망은 보이지 않고,
하루가 시작되는지도 모른 채
버텨야 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반대로 해가 다 졌는데도 어둠이 내리지 않아
막연한 미련으로 서성이던 시간도 있었지요.
끝났다는 걸 알면서도 놓지 못하고,
이미 사라진 걸 붙잡으려 헤매던 날도 있었습니다.
고난의 시간을 지나면서도 깨달은 건 단순합니다.
불안정하고, 경계를 늦추면
금방이라도 무너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말하지요.
"견디고 버티면 된다. 해는 다시 뜬다"
하지만 정작 그 순간을 살아내는 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어김없이 아침이 찾아오는 걸 알면서도
차마 견디지 못해 무너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진급에서 누락되었을 때 그랬고,
아이들 엄마가 떠났을 때도 그랬고,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도 그랬지요.
누군가 내게
"넌 어떻게 그 시절을 견뎠어?' 묻는다면
난 어떤 대답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을까?
"그저 한 번 쓰러지면 일어나지 못할까 두려워
앞만 보고 한 발 한 발 걸어왔어."
그런 순간을 걸어 BMNT를 맞고 있습니다.
언젠가 빛은 다시 떠오를 것이고,
어둠은 마침내 내려앉을 겁니다.
중요한 건 그 경계 위에서
그저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순간입니다.
오늘도 이전과는 다른 오늘을 살겠습니다.
모두, 새로운 의미를 가진 오늘을 만드시길.
*에필로그
오늘은 오전 배송을 마치면 여유가 있는 날입니다.
마침 소중한 글벗과 점심 약속이 잡혔습니다.
벌써 세 번째 만남입니다.
짜장면 한 그릇이 이어준 소중한 인연입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이 더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