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석 경사의 마지막 장면이 남긴 울분에 대하여

생명을 대하는 태도

by 글터지기

어제 줌 미팅을 마치고

흰머리 소년께서 사온 고구마를 맛본다고

잠시 티브이를 틀었습니다.


내 방에도 티브이는 나오는구나 싶었는데

방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PD수첩>,

'해경 이재석 사망사건'입니다.


'2인 이상 출동'은 해경뿐만 아니라

초동조치에 필요한 모든 근무지의 첫 원칙입니다.

그 단순하고 명료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참혹했습니다.


드론 업체에서 출동한

이경사의 마지막 생존 수영 장면이 공개되었을 때

저는 숨을 고를 수 없었습니다.


화면에 담긴 건

'의무와 책임을 다한 사람의 마지막 몸짓'이었고,

그를 살릴 수 있었던 '시스템의 붕괴'였습니다.



누군가는 '상황보고 체계의 문제'를,

누군가는 '인력 부족과 조직문화'를,

누군가는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할 겁니다.


모두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건,

'생명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군 지휘통제실에서 근무하며

실시간 상황을 보고하고 조치하는 일을 했습니다.


무전기와 비상벨, 동시 전파 체계 등

언제든 대응 가능한 도구들이

손 닿을 거리에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건,

누가 어떻게 활용하고 조치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생명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캄보디아 납치 사건에서도

분명히 드러나는 문제도 같은 이치입니다.


백 년을 준비해도 하루를 쓰지 못하더라도

예기치 않은 한 순간을 대비해 시스템이 있는 겁니다.


드론이 촬영한 이경사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울분에 차서 잠이 오지 않아

새벽 늦게 잠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글이 제대로 써지지 않습니다.


그 고통스러운 한 장면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현장에 있는 모든 분들이

조금 더 힘을 내주시기를,

책임 있는 모든 분들이 같은 마음으로

생명을 최우선하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검토하고 보완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해 봅니다.


이경사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