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날 때마다 유안진 시인이 떠오릅니다.

지란지교를 꿈꾸며

by 글터지기

어제 일을 마치고 일찍 서울에 왔습니다.

카페 골목이라는데 카페를 찾기 어려운

방배동 카페골목입니다.


의료기 임대업체에 근무하던 시절을

보낸 곳이라 낯설지 않은 골목입니다.


40대 후반에 만난 인연이지만

저는 이 친구를 만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느끼곤 합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싶으면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안다고 합니다.


유유상종, 동병상련, 이런 말들이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니까요


그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면

내 옆에 누가 있는지를 보면 됩니다.


좋은 사람들이 많다면

내가 좋아지는 거고,

말만 많은 사람들이 있다면

나도 그런 사람일 겁니다.


친구가 배드민턴 대회에 함께 나가자고

권해준 덕분에 모처럼 올라와서

그걸 핑계로 소주 한 잔 나눈 거지요.


친구는 지금 마음이 불편한 상황이지만

제가 올라왔다고 모처럼 나와서

마주 앉아 수다 삼매경에 빠진 겁니다.


제가 묵어갈 곳 근처에,

제가 좋아하는 메뉴를 선정하고

제 주머니에서 10원 한 장 나오지 않게

넉넉한 마음을 쓰기도 합니다.


다들 이런 친구 한 둘은 있으시죠?


재산이 없는 제게 남은 게 있다면

이 친구를 만나 함께 하고 있다는 겁니다.


유안진 시인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같은.


"우리는 명성과 권세 재력을 중시하지도

부러워하지도 경멸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보다는 자기답게 사는데

매력을 느낄 애쓸 것이다"


맞습니다.

우리는 우리답게 나이 드는 것을

즐기고 나누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글을 쓰는 것에

처음에는 의아해하다가

'글 안 쓰고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어?'

지나는 말로 항상 응원해 주는 친구가 있어

너무 행복한 주말입니다.


"우리의 손이 비록 작고 여리나

서로를 버티어주는 기둥이 될 것이며

우리의 눈에 핏발이 서더라도

총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질수록

서로를 알려주는 불빛이 되어주리라."


내게 늘 유안진 시인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런 친구가 곁에 있어서 소중한 날입니다.


덕분에 '1일 2 포스팅' 챌린지에

두 번째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다른 날 같았으면 후회하고 있었겠지만

오늘은 그저 편안한 마음입니다.


오늘 11시에 첫 경기가 있습니다.

'예선 진출'이 목표니까

열심히 하고 오겠습니다.

('에선 통과'라고 안 했습니다.)


모두 행복하고 소중한 일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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