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글, 나의 문체
책을 쓰겠다고 두 달 동안 목차와 씨름했고,
이제야 초고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노동하는 일상이라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운동과 노동 이외에는
몰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지요.
그런데 책에 자꾸 눈길이 갑니다.
"어느 정도 글이 쌓여야 자기 문체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나는 어떤 문체를 가지고 있는가?'라고
묻기 위해서는 '자기 글'이라는 옷을
여러 벌 쌓아놓아야 합니다."
김진해, <쓰는 몸으로 살기>, 111p
나는 어떤 문체를 가지고 있지?
그럼 나는 내 글을 얼마나 쌓아 놓았는가?
궁금해졌습니다.
지금까지 공개, 비공개를 모두 포함해서
994개의 글이 쌓여 있습니다.
처음 한 두 개 글을 발행해 놓고,
언제나 10개를 채우나 싶었는데
하루하루 쌓다 보니
천 개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럼 내 문체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아이러니하게도 내 문체는
내가 정의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발행한 글을 읽어주신 분들이
마음으로 느껴주시는 건 아닐까 하는.
아마 내 문체는
글을 쓰면서 내게 스며들었겠지만
글을 읽는 분들과 함께
자라난 것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저 하루하루
내 안의 문장을 꺼내놓을 뿐입니다.
매일 넘어지고 흔들리는 중이지만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제 글을 읽으신 누군가가
"아. 이건 글터지기 글이네.'하고
짐작할 수 있다면 그게 제 문체일 겁니다.
오늘도 제 문체를 찾아 방황해 보겠습니다.
모두, 행복한 금요일 보내시길.
*에필로그
오늘은 먼 곳에서 고마운 후배 내외가
찾아 온다고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소문 나지는 않았지만 저만의 맛집에서
모처럼 회포를 풀어볼까 합니다.
찾아주는 후배님이 있다는 것도
사소하지 않은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