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글을 건너뛴 핑계
"형님, 이젠 좀 돈 되는 일을 하시라고요."
잔소리가 끊이지 않는 아끼는 후배님.
내외가 3년 만에 휴가를 얻어 동해안을 거쳐
제가 살고 있는 충주까지 발걸음을 했습니다.
숙소를 예약하고 식사를 함께하고
그간 지내온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글을 쓰면서 그간은 술을 멀리하며 지냈는데,
전우이자 친구이고, 후배 내외를 보고 있자니
그저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결국 새벽글을 발행하지 못하고 출근했습니다.
군에 근무하던 시절 2~3년에 한 번은
보직을 옮겨 다녔습니다.
자리를 떠날 때마다
내가 아니면 이 부대 어떻게 하나 싶었습니다.
늘 그렇듯 내가 없어도 부대는,
세상은 멀쩡하게 돌아갔습니다.
때로는 서운하고 때로는 허무했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가 새벽에 글을 쓰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알았는데
아무 일 없다는 듯 평온하게 흘러갔습니다.
그 평온함이 왠지 모르게
스스로 뒤처지는 듯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관성처럼 매일 하던 일을
하루쯤 빼먹는 게 습관이 되는 건 아닐까
이런 두려움이 온종일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경구처럼.
"형님, 돈 되는 일을 좀 하시라고요." 하던 후배가
술기운에 취중진담을 풀어놓습니다.
"이젠, 좋아하는 책 읽고 글을 쓰세요"
잔소리에도 온기가 묻어 옵니다.
따뜻한 마음 때문일 겁니다.
헤어지기 전,
"아버님 쥐포 좋아하시지요?" 하며
차 뒷좌석에 검은 봉지 하나를 툭 놓고 내립니다.
그 한 장면이 오늘의 새벽글을 건너뛴
핑계 같은 이유가 되었습니다.
이 평온함이 습관이 되지 않도록
다시 시작하는 나로 돌아가겠습니다.
먼 곳까지 찾아준 후배와 제수씨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