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자신과 싸우는 선수들을 존경합니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의 독보적 세계 1위.
우리나라는 '안세영 보유국'입니다.
어젯밤, 프랑스 오픈 대회에서
경쟁자 '천위페이'와 3세트 접전 끝에
승리해서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경기를 하는 사람도 지치고
응원하는 사람도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천위페이 선수도 독보적 1위 선수였습니다.
안세영 선수는 천위페이 선수를
수년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반대가 됐지요.
어제 경기로 두 선수는
역대 전적이 동률이 됐습니다.
경기에서 패했다면 이런 기사가 났을 겁니다.
'아쉽게 결승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70억 인구 중에 독보적 1등.
중학생까지 저는 탁구 선수를 했습니다.
재능이 없어서, 번번이 대회 나가서
중요한 순간에 실수를 했습니다.
선수를 집어치운 결정적 이유는 '폭력'입니다.
새로 생긴 중학교에 입학하고
저를 포함해 선수 5명이
운동할 수 있는 체육관이 없었습니다.
시내에 있는 여자 고등학교 체육관에
위탁 훈련을 받았습니다.
밤 9시에 훈련이 끝났습니다.
훈련 중에도 코치와 감독은
그 여린 고등학생 선수들에게 욕하고,
정신 못 차린다고 불러서 뺨을 때리고..
운동을 마치면 코치인지, 감독인지 모르지만
20여 명의 선수들을 체육관 구석으로 불러
정신교육이랍시고 욕하고 구타했습니다.
우리는 중학생이라 '저쪽에 가 있어'라고
열외가 됐는데, 그 어두운 구석에서
누나들이 맞는 소리를 듣는 건 공포였습니다.
중학생 대회에 나가 4강에서 아쉽게
패하고 돌아오던 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고등학생이 되면
평생을 그 공포 속에서 살아야 할 수도 있겠다.
그날로 운동을 그만두었습니다.
다행인 건 중학생이라
쉽게 그만둘 수 있었던 거지요.
이런 과정을 거쳐 프로도 되고,
관중들에게 열광받는 선수가 되는 거지요.
신기한 건, 그 선수들이
그런 과정을 당연하게 이겨내야 하는
과정이라고 포장하는 겁니다.
군에 있을 때 군기를 잡기 위해서는
때로는 폭력이 필요하다는 논리처럼.
물론 지금 유소년 선수들의 양성 과정은
30년 전의 그때와 많이 다를 겁니다.
그래서 어제 안세영 선수가 승리 후에
지쳐 누워 있던 장면이 오래 남습니다.
경기 장면 하나하나에 마음이 뜨거워졌습니다.
안세영 선수는
그런 '불합리한 관행'에 홀로 맞섰습니다.
역대 어느 선수도 감히 꺼내지 못했던.
그 일을 해내고도 독보적 세계 1위.
이제는 실력과 인품과 시스템으로
선수를 양성하고 그 선수들이 다시
후배들을 이끌어 주는 시대가 되면 좋겠습니다.
결승에 진출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아쉽게 실패'가 아니라
'독보적 4강 진출 성공'이라는 기사가
더 어울리고 기억되는 세상 말입니다.
오늘도 코트 위에서
묵묵히 자신과 싸우는 모든 선수들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남자복식, 여자복식 선수들의 선전,
응원하는 모든 분들이 덕분에 행복합니다.
세계 선수권 대회에 초청받는 것 자체가
위대한 승리이고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안세영 선수를 포함한 모든 선수들의
소중한 땀방울은 승리보다 더 아름다운
'시대의 장면'으로 남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