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 '글쓰기 조사'가 필요할 때
월말이면 창고 재고조사와 결산을 합니다.
일을 마치고 창고에 있는 물건들을
종류별로 실 셈을 해서 전선으로 재 입력합니다.
대리점 업무는 대부분 월 단위 결재니까
월 말에 입금되는 결산액을 정산하기도 합니다.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근무하는 사람들이 물건을 엉뚱하게 빼돌리거나
불필요한 곳에 처분하는 일이 없는데
왜 매달 이런 일을 해야 할까 생각했습니다.
사장과 재고조사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재고조사는 물건을 실 셈 하는 것도 있지만,
지금 우리가 당장 망한다면
빚은 얼마가 있는지, 받아야 할 채권은 얼마인지,
창고에 재고는 얼마인지를 정확하게 아는 거야.
이건 매달 점검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남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어.
그래서 우리에겐 꼭 필요한 일이야."
그때야 알았지요. 월마다 재고조사가 왜 필요한지.
군에서 독도법(지도를 보는 방법)을 배울 때도
가장 중요한 게
'자신의 위치를 아는 방법'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습관처럼 하고 있기는 한데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돌아보고
지금의 위치를 스스로 점검해 보지 않으면
엉뚱한 방향으로 나를 이끌어 갈 겁니다.
결국, 재고조사는 '현실을 점검'하는 것이겠지요.
일이든 삶이든 꾸준하게만 한다고
늘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건 아닐 수 있습니다.
읽고 쓰는 일도 같은 이치겠지요.
그저 매일 썼다는 사실에 안도하기보다,
내가 써온 글이 지금의 나와 얼마나 닮았는지,
내가 가고자 하는 길과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
주말에는 '읽고 쓰기 재고조사'를 해봐야겠습니다.
아마, 빚이 더 많지는 않을 겁니다.
글을 쓴 숫자보다 정성을 다한 마음을 세어 보겠습니다.
모두,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에필로그 : 11월 첫날부터 출근하기 싫습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