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에 손을 얹고, 안전화 끈을 맵니다.
11월의 첫 월요일 아침입니다.
일단 키보드에 손을 얹었으니
하루를 시작할 준비가 된 겁니다.
신선식품을 주 6일 배송하는 노동자로서
매일 아침 물건을 분류하고 차량에 적재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겁니다.
'아. 이걸 언제 다 내리고 배송하나'
'할 수 있다.'식의 긍정적인 마음은
의식적으로 마음을 끌어올려야 가능합니다.
그렇다고 매일 부정적인 건 또 아닙니다.
첫 매장에 배송을 마치면
'이제 8개 매장 남은 거야'로 바뀌지요.
이렇게 한 개 한 개 마치다 보면
결국 일을 마칠 때가 오곤 합니다.
저는 이렇게 키보드에 손을 얹고,
출근하기 위해 안전화 끈을 매고,
물건을 적재하고 시동을 거는 게
가장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위대한 모든 역사는
작게 디딘 첫 발에서 시작했습니다.
단 한 개의 열외도 없습니다.
"인간적인 사람이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적인 사람은 '시작하는 사람'입니다.
관조하는 삶이 아니, 행동하는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사건을 만드세요.(중략)
아무 목적 없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세요.
그런 사람이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 김진해, <쓰는 몸으로 살기>, 245p
아침에 마주한 한 권의 책 문장에서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그걸 글로 쓰라고 합니다.
결국 시작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신발끈을 묶는 그 짧은 순간에 있을 겁니다.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새벽을 여는 사람들,
거대한 역사를 쓰는 게 아닌지 모르지만
매일 자신만의 하루를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그 안에 저도 살짝 발을 담가봅니다.
그 곁에서 작지만 인간적인 하루를 한 줄 얹어 봅니다.
조용히 시작한 새벽에서 위대한 하루가 쌓일 겁니다.
모두, 위대한 하루 만드세요.
*에필로그
1929년 오늘은 광주학생항일운동이 시작된 날입니다.
나주역에서 벌어진 일본과 한국인 학생 간의 충돌에서
시작된 사건은, 일본 경찰이 일방적으로 한국인 학생을
폭도로 몰아 폭행했습니다.
이에 분노한 광주보고학생들이 시위를 벌였고
이후 3.1 운동과 항일운동으로 번져 나갔습니다.
작은 시작이 위대한 역사가 되기도 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