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를 거스르는 일
고등학생 시절 미술을 전공해 보겠다고
깝죽대던 때가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론 돈만 쓴 꼴이란 걸 지금은 압니다.
데생을 해도, 수채화 스케치를 해도
그림의 구도를 그려보고,
바탕이 되는 것부터, 먼 것부터 시작해서
가깝고 세세한 마무리로 완성을 해야 합니다.
배송하면서도 언제나
시선을 멀리 두고 운전하다가
주차나 하역할 때쯤 가깝고 세세한 곳에
시선을 집중해야 합니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 같습니다.
대략의 내용을 구상해 보고
첫 문장을 큰 그림으로 시작해서
결론은 뾰족하게 한 문장으로 꾸밉니다.
살아가는 것도 비슷하지요.
멀리 살아갈 목표를 정하고
작은 것을 하나하나 이루어 가는 거겠지요.
이 정도면 세상을 살아가는 대세가 보입니다.
'멀리 보고, 세세하게 담아라'
가까운 건 가장 나중에 보이는 법인가 봅니다.
꽤 그럴싸하지요?
자, 이제 제가 묻고 싶은 질문은 이겁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어땠을까?
멀리 있는 사람,
나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괜히 잘 보이려고 더 포장하고
더 친절하고 착한 척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정작 가까운 사람에게는
세세한 마음을 보이지 못했고,
소중한 사람일수록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며 방치했습니다.
그래서 제일 나중에 보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제게 흰머리 소년과 아이들이 그랬습니다.
늘 곁에 있으니까 소중함을 잊고 살았습니다.
그 일상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대세를 따르면 안 되는 일이
소중한 사람을 대하는 방식일지 모르겠습니다.
소중하게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한다고 해도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을뿐더러
꾸준하게 이어가지 못하면 모두 헛일입니다.
소중한 사람에게
내 마음이 가장 먼저 닿게 하는 일이
제게 지금 필요한 연습입니다.
가까운 건 가장 나중에 보이는 법이지만
가까운 사람을 가장 먼저 보는 연습이 필요한 법.
흰머리 소년의 스포츠 중계 응원이 소중하고
아이들의 소식이 더 소중하고,
함께 하는 마음지기와 소중한 친구가 소중합니다.
마음을 담은 글이 쌓여 가면서
사소한 일상이 더 소중한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