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숨은 그림 찾기입니다. ㅋ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부터
지금에 이르는 진화론의 핵심 문장은 이겁니다.
"모든 종은 진화한다"
자연선택설이든, 적자생존이든,
그 이론들이 말하고자 한 바는
단순히 ‘강자가 살아남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환경에 잘 적응한 존재가 남는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강함'이 아니라 '적응'입니다.
멀리서 관찰하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지요.
집에 안마의자를 들여놓던 날,
거실에 왜 그런 거추장스러운 걸 놓느냐는 표정으로
원망과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씀하신 흰머리 소년.
"난 이런 거 딱딱하고 아파서 별로다."
아들놈 닉네임을
'속터지기'로 바꿔 놓고야 마는
땡고집 흰머리 소년께 설득과 아양을 총동원해
의자에 한두 번 앉혀드리고,
신체 사이즈와 환경 설정까지 마쳐 드렸습니다.
"그래도 아프고 별로야."
그렇게 말씀하시곤
다리 부분만 안마가 되도록 설정해 두시고
매일 운동을 마친 뒤
자발적으로 한두 번씩 앉으시더군요.
두 달이 지난 요즘,
안마 강도와 위치 등을 자동으로 입력해놓고,
이제는 어깨부터 발끝까지,
심지어는 스트레칭 모드로 세팅된 20분을 마치십니다.
그것도 두 번을 연속해서... ㅎㅎ
퇴근을 해서 들어오면 대부분 의자에 누워계십니다.
"아버지, 이거 별로시라면서요?"
대답은 없으시고,
저를 한 번 씩 보시더니
다시 안마 모드 버튼을 누르십니다.
며칠 전 퇴근해 보니 캐나다에 이민 가있는
'말로만 효녀'(여동생)와 안마의자에 앉아서
보이스톡을 하고 있습니다.
분명 안마기는 돌아가고 있고,
통화하는 소리도 잘 들리는데
흰머리 소년 휴대폰이 보이질 않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나와보니
어깨 안마를 위한 에어가 차는 틈에
휴대폰을 딱 끼운 상태로 안마와 통화를
동시에 즐기시고 계십니다. 하하하
사진에서 휴대폰을 한 번 찾아보시죠. ㅋㅋ
이 정도면 거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테슬라 자동차를 운전하는 수준의
진화이자 적응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버지, 안마의자 옆에 돼지 저금통 놓을 테니까
한 번 사용하실 때마다 천 원씩 내셔야겠어요.
별로라 그러시더니 코까지 골고 주무시네요. ㅋㅋ"
"안 잤어.." 하시며 방에 들어가셨습니다.
그래서 찰스 다윈은 위대합니다.
이런 적응의 진화를 한 세기도 전에
정확하게 짚어 내셨으니까요. 하하하
강해져서 살아남은 게 아니라,
편안함에 적응하신 겁니다.
오늘도 그렇게,
우리 집 흰머리 소년은 조용히 진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