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2월 중순을 훌쩍 넘겼습니다.
9월에 호기롭게 시작했던 종이책 쓰기도,
이제 초고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돌아보니 꼬박 네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미리 구상해 두었던 목차를 따라가며,
그동안 써왔던 글 가운데 마음에 남은 문장들을
다시 꺼내어 정리하고,
이어 붙이고, 덧붙이는 날들이었습니다.
어떤 문장을 마주할 때는
'아, 이런 마음이 내 안에 있었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고, 또 어떤 문장 앞에서는
낯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기분이었습니다.
글은 처음부터 질서 정연하지 않았습니다.
중구난방이었고,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흘러갔습니다.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는
같은 말을 되풀이하며 늘어지기도 했습니다.
처음부터 나만의 멋진 문장을 생각한 건 아닙니다.
그럴 만한 능력이나 실력도
제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저 마음속에 쌓여 있던 이야기를 풀어내 보자는 마음,
어쩌면 제 나름의 한을 풀어보자는 심정으로
하루 한 꼭지씩, 꼬박꼬박 써 내려갔을 뿐입니다.
돌이켜보면 주제와 맞지 않는 글도 있고,
쓰려던 방향에서 한참 벗어난 글도 있습니다.
읽는 사람은커녕,
제가 다시 읽어보기도 민망한 글도 적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해, 다시 펼쳐볼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글자 수로만 따지면 약 15만 자.
길다고 하기도, 짧다고 하기도 애매한 분량입니다.
하지만 숫자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글을 쓰던 제 마음과 태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초고가 과연 ‘책’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도 그간 애써온 그 시간만큼은
'수고했다'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일을 하면서도 틈을 내어 써 내려간 시간이었고,
그 나름의 성실함은 분명히 안에 담겼으니까요.
연말까지 초고를 마무리하면
조금은 쉬어가려 합니다.
새해 첫날부터는 완전히 다른 마음으로,
책을 다시 쓴다는 각오로 퇴고를 시작할 생각입니다.
지금 봐서는 다 뜯어고쳐야 할 일입니다.
사실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지만
맨바닥에 초고까지 써 왔는데,
다시 손을 대지 못할 이유도 없을 것입니다.
아직 제게는 두 꼭지의 글이 남아 있습니다.
첫 챕터에서 도저히 글이 되지 않아
'나중에 쓰자'며 미뤄두었던 이야기들입니다.
이번 주에는 그 두 꼭지를 마주해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