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사라진 세상, 죽음은 제도가 되었다

『수확자』, 닐 셔스터먼

by 글터지기

가끔 죽음이 사라진 세상을 상상하곤 합니다.

노화, 질병, 사고도 인간의 생을 끝내지 못하는 세상.


일하면서 '밀리의 서재' 오디오북으로

우연히 듣게 된 '닐 셔스터먼'의 장편소설

『수확자』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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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계에서 죽음은 기술로 극복되었습니다.

인류는 더 이상 죽지 않습니다.

대신, '수확자'라 불리는 존재가 인구 조절을 위해

의도적으로 생을 거두는 역할을 맡게 된다는 설정입니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죽음이 사라진 세상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은 '제도'가 되었습니다.


수확자는 법과 윤리, 감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존재로 설정됩니다.

그들은 개인적 감정을 배제하고

공정하고 냉정하게 수확을 집행해야 합니다.


주인공 시트라와 로언은

수습 수확자로 훈련받으며

인간이 인간의 생을 거두는 일을

진정 '감정 없이'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마주하게 됩니다.


이 세계에는 ‘썬더헤드’라는
완벽에 가까운 인공지능이 존재합니다.

인류의 삶을 관리하고, 사고를 예방하며,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돕습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이 완벽한 시스템은
죽음의 영역만큼은 관여하지 않습니다.


죽음은 오직 인간의 몫으로 남겨집니다.

기술은 완벽해졌지만,
윤리의 문제는 여전히 인간에게 남아 있다는 설정은
이 소설을 철학적 의미를 담게 하는 건 아닐까.


소설이 중반으로 가면서

수확자는 더 이상 중립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목격하게 됩니다.

어떤 수확자는 원리 원칙을 지키려 애쓰고,

어떤 수확자는 권력과 쾌락을 추구합니다.

지금 시대의 정치 현실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지점에서 소설은

제도보다 '인간'을 이야기합니다.


죽음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과연 지금처럼 진지하게 살아갈까?


누군가는 재미로 고층빌딩에서 몸을 던지고,

누군가는 같은 이유로 달리는 자동차에 뛰어듭니다.

재생센터에서는 어떤 경우도 다시 인간을 살려냅니다.


노화가 지속되면 여러 번의 '회춘'을 통해

다시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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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소설은

죽음이 사라진 시대를 상상함으로써

오히려 죽음이 삶에 부여해 왔던 의미를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수확자』는 속도감 있는 이야기이면서도

읽고 난 뒤 오래 질문을 남기는 소설입니다.


선과 악의 구도가 분명해 보이지만

끝까지 읽고 나면 그 경계가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도 알게 됩니다.


이 소설도 시리즈로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이제 1권을 들었을 뿐이고,

2권과 3권은 아직 검색되지 않습니다.


내용이 궁금해져서 종이책을 구매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래서 부자 되기는 애초에 글렀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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