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다이어리'하나 사고 말 많다. ㅋ
'급변사태'라는 말은
군에서든, 유통업에서든 늘 듣는 단어입니다.
군에서는 북한의 급변사태처럼
국가 차원의 위기를 가리킬 때 쓰이고,
유통업에서는 말 그대로
현장이 순식간에 뒤집히는 상황을 뜻합니다.
유통업에 몸담거나
투잡으로 배달 일을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급변사태’를 마주하게 됩니다.
말 그대로
‘급! 변! 사태’가 터지는 순간들이지요. 하하.
여름에는 시원한 물을 많이 마시고,
겨울에는 따뜻한 차를 타서 다니는데
어느 배송지에 가든 급한 일은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유통 노동자에게
사전에 반드시 파악해야 할 정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공중화장실의 위치입니다.
급변사태가
화장실이 공개된 매장에서 발생하면
그나마 식은땀만 흘리면 됩니다.
하지만 주변에 화장실이 없을 때는
다른 어떤 걸 흘리게 될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뻔한 일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뉴스나 미디어에서 '급변사태'가 터졌다고 하면
긴장하기보다 웃음이 먼저 납니다.
출근해서 창고에서 막 물건을 분류하다 보면
자주 급변사태가 터지곤 합니다.
그래서 화장실에 비치하는 화장지나
쓰레기봉투 등을 구비한 건 언제나 제 몫입니다.
저는 이 지역에서 7년을 배송 노동을 하다 보니
눈을 감고라도 공중화장실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글쓰기도 비슷한 일입니다.
쓰려던 글을 쓰다 보면 문장이 갑자기 막히고,
생각이 꼬이고, 마음이 급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럴 때를 대비해 준비해야 할 정보가
어쩌면 '마음의 피신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메모장 하나, 짧은 문장 하나,
혹은 새벽에 잠깐 적어 둔 초고 한 줄이 될 수 있고,
때로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어떤 특정한 장소가 되기도 할 겁니다.
이런 급변사태 앞에서는
완벽한 글을 쓰려 애쓰기보다,
떠오른 문장이나 단어 하나를 적어둡니다.
오늘처럼 퇴근해서 아침의 문장으로
이렇게 글을 쓰는 것처럼요.
배송 노동자에게 공중화장실의 위치가
생존 정보라면, 글을 쓰는 제게는
매일 조금씩 써두는 글쓰기 습관이
다른 의미의 마음의 피난처입니다.
다시 일기를 써야겠다고
'5년 일기장'을 주문했는데
마침 퇴근하니 도착해 있는 걸 보고
이제야 오늘의 새벽글을 마무리해 봅니다.
이것도 어쩌면 '급변사태' 대비용입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