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쉬운 거 하나도 없다. ㅎ
새해가 되자마자,
벽돌책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박경리의 『토지』를 다시 펼쳤습니다.
이번에 다시 읽는 목표는 분명합니다.
속도를 내는 완독이 아니라,
이전에 미처 보지 못한 장면들을
하루하루 곱씹어 다시 삼켜 보는 것.
하루 한 문장은 필사를 해 보기로 마음먹고,
과감하게 원고지 노트 두 권을 구매했습니다.
이야.. 역시 뭔가를 하려면 장비 빨 이.. 하면서.
원고지를 쓰는 법이야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다녔다면 누구나 배웠고,
초등학교(아니, 국민학교) 때 이미 다 익혔다고
생각하고 자신만만해 했습니다.
별문제 없이 쓸 수 있다고,
아주 쉽게 할 수 있을 거라 예상했지요.
막상 원고지에 한 줄, 한 줄 옮겨 적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헷갈리는 게 많았습니다.
대화문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원고지 마지막 칸에서 문장이 끝나면
다음 줄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같은
아주 사소한 것들이 하나둘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온라인에서 원고지 작성법 자료를 찾아보고
몇 가지 설명을 유튜브에서 찾아보며 공부했습니다.
https://www.ebsreadingtest.co.kr/eduData/reading/reading_page01_05.asp
물론, 공부한다고 바로 해결되지는 않더군요.
직접 써보고, 틀려도 보고
다시 고쳐 쓰면서 그제야 조금씩 감이 잡힙니다.
아마도 이 완독 챌린지를 끝까지 마친다면
제 책상 책꽂이에는 두 권의
필사 원고지 노트가 남아 있을 겁니다.
역시 머리로 아는 것과
손으로 해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누구나 쉽게 알 거라고 생각했던 것,
실제로 해보면 전혀 쉽지 않은 것들이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쉽게 쉽게 처리하는 일 같아 보여도
그 안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 반복과 실패,
그리고 나름의 방식으로 쌓아 올린
하나의 우주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선현들이
'세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그중에는 스승이 있다'라고 했나 봅니다.
어떤 사람이든, 어떤 일 앞에서든
쉽게 판단하거나,
'나만이 가진 능력'이라고
허세 부리거나 자만하는 일을 경계하려고 합니다.
제 손으로 직접 해보는 이 시간 또한
그 우주 어디쯤 가장자리에서
조심스럽게 밟아 보는 과정이라고 믿습니다.
원고지를 쓰는 법을 다시 배우고 있다는
창피한 이야기를 오늘 쓰는 이유는
나름대로 단순합니다.
이렇게라도 기록하고 공개해 둬야
작심삼일로 끝나는 일이 하나쯤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얍삽한 마음입니다. ㅎ
*에필로그
이 글은 운전하면서 음성으로 초안을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저장을 누른다는 게
그만 '등록'을 눌러 버리는 바람에
깜짝 놀라 삭제 버튼을 눌러 버려서
최초의 음성 초고가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말인즉슨, 같은 이야기를 두 번이나
중얼거리며 다시 써 내려간 기록입니다.
이 또한, 몸으로 배우는 중이지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