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갔다 온 사람 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마음지기'를 만났습니다.

by 글터지기

저는 15년 전쯤 이혼했습니다.

그녀는 5년 전쯤 이혼을 했지요.


업무 관계로 얼굴을 마주치는 일은 잦았지만,

서로의 마음을 본격적으로 나누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저는 그녀를 만나기 전,

꽤 호된 사랑의 시간을 지나왔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다시 만난다는 것 자체에

별 관심이 없었고,

이미 혼자 지내는 생활에 익숙해 있었습니다.

불편하지도 않았고,

굳이 바꾸고 싶다는 절실함도 없었습니다.


가끔은 외롭기도 하고,

때로는 이루지 못한 사랑을 떠올리며

마음 아프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혼자 감당하는 법에

익숙해진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오래도록 제 안에 '혼자만의 동굴'을

만들어두고 조용히 지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습니다.


제가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오래 지켜봐 왔다며

아주 담담한 얼굴로 이렇게 물었습니다.


"우리, 한 번 만나볼까요?"


그 말은 특별히 설득적이지도,

거창하게 다가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서두르지 않았고,

서로의 마음이 어떤지 확인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그저 함께 있어도 불편하지 않으면서,

서로 의지가 되는 사람이라는 감각을

조심스럽게 확인해 가는 시간이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갔다 온 사람들'의 만남은

미혼인 두 사람이 마주하는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이미 지나온 시간들이 있고,

각자의 삶에 남아 있는 책임과 사정이 있습니다.


각자가 짊어진 짐을 함께 들어 줄 각오가

있지 않다면 어느 순간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 관계는 설렘이나,

불꽃같은 사랑으로 밀어붙일 수 없는 관계지요.

마음만 앞서서도 안되는 관계이기도 합니다.


서로의 삶을 이해하려는 태도와,

조금 늦더라도 함께 가겠다는 각오가

먼저 필요한 자리입니다.


제가 종이책을 써 보겠다고 할 때,

가장 먼저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 사람이고,

그러면서도 제 글을 한 편도 읽지 않는 사람.


이 나이에 무슨 사랑일까 싶지만

사랑을 말하기 전에

사람을 먼저 보는 마음, 믿어주는 마음.

앞날을 장담하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선택을 존중해 주는 마음.


이제부터 그 마음을 써 보겠습니다.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조심스럽게, 천천히 풀어내 보겠습니다.


1화 이야기를시작합니다.png


*에필로그

이 글은 '갔다 온 사람들 이야기' 카테고리에

새로 시작하는 글입니다.


관계의 특수성이 있어서,

이미지는 AI로 생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