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른인 척 하지 않아도..

작은 아버지와 한 잔 하는 날의 의미

by 글터지기

아버지에게는 두 명의 남동생이 있습니다.

즉, 제게는 두 분의 작은 아버지가 계시다는 얘기.


두 분 중 막내 작은 아버지는

저와 나이 차이가 10년 정도입니다.


어린 시절 집에 다들 모여 살 때에는

작은 아버지 방에 제가 함께 지냈습니다.


그래서 늘 생각나는 장면은

밤늦게 라디오에서

'이종환의 디스크쇼(?)'를 듣던 장면입니다.

덕분에 당시에 듣던 음악들도 생생합니다.


제가 조금 커서 군에 입대하고 장교가 됐을 때,

작은댁 인근에서 근무 중일 때는

가끔 찾아뵙고 갓난 동생을 보고 오기도 했지요.


그런 작은 아버지와 작은 어머니께서

오늘 집에 오신다고 미리 일정을 조율했습니다.


명분은 흰머리 소년께서 1월 캐나다로

출국하시기 전에 인사드린다는 이유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다 큰 조카놈하고 소주 한 잔 하자는 거지요. ㅎ


큰 수술을 받으셔서 몸이 불편하신 상태라

평소에는 술 한잔 하면 작은 어머니께

혼이 나곤 하시는데,

저와 만나는 날은 술 한 잔이 열외가 됩니다.


저는 저대로 집안 어른과 술로 맞상대하며

아이처럼 불평불만을 털어놓을 수 있어서

내심 행복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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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 오셔서 아버지와 점심을 함께하시고,

제가 퇴근하는 저녁시간에는

미리 알아봐 둔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아버지의 동생으로 매달 아버지께

용돈을 부쳐 오시고 계십니다.

그러면서도 때가 되면 제게는

따로 용돈을 챙겨주십니다.


이제 용돈 받을 나이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쳐 봐도 늘 같은 표정이시지요.


1년에 두세 번 정도 뵙게 되는

작은 아버지와는 많이 정이 들어 있습니다.


어른이 되었다고 해도 누군가에게는

끝까지 어린 조카로 보일 겁니다.

저도 굳이 어른인 척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저와 아버지의 생활 방식과 환경이

더 좋아진 것에 아주 흡족해하시지요.


만날 때마다 제게 격려를 해주시고요.

"네가 아버지 모시고

집안일 챙기느라 고생이 많다."


그래서 작은 아버지가 오시는 날은

허리띠를 풀고 한 잔 하는 날입니다.


괜히 의젓한 척하지 않아도 되고,
삶을 잘 살아내고 있다는 증명을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지요.


누군가에게는 끝까지
어른이 되지 않아도 괜찮은 자리.

조금은 철없어도,
조금은 기대어도 되는 시간.


다시 어린아이가 되어도
괜찮은 날이라는 말은,
어쩌면 아직도 어리광이 허용된다는

가장 큰 위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다른 건 다 미뤄두고

한 잔 하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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