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호칭이 익숙해지는 나이
작년에 저를 당황시킨 사건이 있습니다.
화물차 타이어 교체를 위해 들른 정비소에서
젊은 직원이 차량을 한참 점검했습니다.
점검을 모두 카치고 고객 쉼터에서 쉬고 있는
제게 설명을 해주던 순간입니다.
"아버님!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아버님?, 내가?'
직원은 아주 친절하고 자세하게 차량의 상태와
점검 결과에 대해 설명해 주었는데,
설명은 하나도 안 들리고
요런 괘씸한 놈... 나보고 아버님이라니...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며칠은 그 아버님 호칭에 당황하기도 하고,
벌써 그렇게 불릴 나이가 됐나 싶어지기도 했죠.
그 정비소는 직원들이 젊은데도
정말 친절하고 밝은 표정이라
점검이나 정비할 일이 있으면 거기를 다녔습니다.
그렇게 '아버님' 소리를 자주 듣게 되고
이제는 누가 그런 호칭으로 부르더라도
별로 어색하지도 않고 그러려니 하게 됐습니다.
며칠 전 타이어 점검 때문에 들른 정비소에서
갑자기 작년과 지금의 변화를 떠올렸습니다.
이제 나이 들어가는 걸 인정하는 때가 됐습니다.
그러나 뭐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익숙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면
나이 드는 증거라기 보다 어쩌면
내가 나를 인정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님'이라는 호칭이 처음에는 낯설고 억울했지만,
이제는 그 말 앞에서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과연 나는 그렇게 불려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인가.
며칠 전, 업무상 만난 꽤 높은 직책의 손님과
저녁 식사를 하며 문득 그런 마음이 스쳤습니다.
말끝마다 정답을 쥐고 있는 듯한 태도,
경험을 이유로 상대의 말을 덮어버리는 습관.
혹시 나도
저런 '꼰대'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요.
나이가 든다는 건 말이 많아지는 일이 아니라,
말을 삼킬 줄 아는 연습에 익숙해지는 일.
호칭이 어떻게 됐든,
그 호칭에 어울리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책임감으로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오늘도 출근하면 많은 사람들을 만날테고,
온라인으로도 많이 소통할 겁니다.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배우는 날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