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만큼, 설렘도 함께

퇴고를 시작합니다.

by 글터지기

어제 사무실에서 초고를 마친

종이책 원고를 종이로 출력했습니다.


2주간 아무 생각 없이 휴식을 한다고 했는데

휴식보다 일이 많았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일부러 종이책이라는 생각 자체를

떠올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비로소 퇴고를 시작합니다.


모니터를 통해 볼 때와는 달리,

종이 위에 쓰인 원고는 생각보다 두꺼웠습니다.


누군가 내게

'이거 내가 쓴 초고니까 한 번 봐줘?' 한다면

나는 흔쾌히 그 부탁을 받아 줄 수 있을까?


언제 이걸 다 썼을까 싶어 낯설어지는 마음이기도,

다시 펼쳐보는 설렘과 동시에

다시 읽어보기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책상에 앉아 초고를 펼쳤습니다.

두 페이지를 읽다가 다시 덮었습니다.


'이걸 글이라고 썼나' 싶은 마음이 앞서고

그렇다고 다시 덮을 수도 없다는 갈등.

일단 써놓은 글이니까

흐름이라도 다시 읽어보자 싶었습니다.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처음 목차를 짜고, 메시지를 구상할 때만 해도

분명했던 흐름은 처음부터 삐걱거립니다.


중간부터는 아예 힘이 빠진 느낌.

하고 싶은 말은 많아졌고

그러다 보니 필요하지 않은 문장이 중복되고,

앞뒤 흐름이 이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목차의 순서를 바꿔보다가

'끝까지 읽어 보기나 하자'라는 마음으로

차분히 읽기 시작했습니다.


5분도 채 되지 않아 졸리기 시작했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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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다 읽어보고 나중에 문장 하나하나를

다시 읽고, 고치고, 지우고, 다시 쓰는 일까지..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히고, 앞이 막막합니다.


코칭을 해주시는 '사랑주니'님께서

'독자의 시선으로 통독하라'라고 조언합니다.

즉, 독자의 관점에서 읽어보는 시간.


글을 더 깊이 있게 다시 쓰려면

전체 맥락을 살피는 일이 우선일 것입니다.


아마 이 초고는 여러 번 다시 쓰일 겁니다.

지워지고, 옮겨지고, 새로 태어나겠지요.


두렵습니다.

하지만, 그 두려운 만큼 설렘도 함께 있습니다.


이 글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단지 오늘도 원고는 책상 위에 놓여 있습니다.

천천히, 끝까지 가보려 합니다.


퇴고는 결국 글을 다듬는 일이 아니라

'글과 문장을 대하는 내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 아닐까.


*에필로그

어제 '음성 입력'으로 초안을 작성하고

오늘 새벽에 발행하려던 글을

이제야 정리해서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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