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 소년 덕분에 감자, 고구마가 넘칩니다. ㅎ
바야흐로 겨울입니다.
구황작물의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감자와 고구마가 박스로 쌓이는 계절, 겨울.
저는 식사를 제외하고 군것질을
거의 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데 흰머리 소년과 오래 함께 지내다 보니
겨울철이, 특히 겨울 저녁 늦은 시간이 되면
은근히 '감자를 궈? 말아?' 이런 생각이 듭니다.
며칠 전 배드민턴 '말레이시아 오픈'이 시작해서
남자 복식조 8강전을 기다리고 있는데,
방송 예정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나오지 않아
흰머리 소년은 '짜증나'를 연발하시며 누우셨습니다.
저도 방에 들어갔다가
감자와 고구마를 좀 구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에어 프라이어에 적당량을 넣어서 돌렸지요.
골고루 익으라고 두 번 뒤집어서...
다 굽고 나서 흰머리 소년께 말씀드렸습니다.
이미 방에 불을 끄고 누우셨는데,
"아버지 감자 좀 드시지요?"
"뭘?"(요 때는 아주 귀찮은 목소리입니다)
"감자 좀 드시라고요."
"(끄응) 감자는 좋지~~" 하며 이불을 박차고,
밝은 모습으로 얼른 식탁에 오십니다.
집에 미리 사다 둔 맥주가 없어서,
보관만 하고 있던 와인을 하나 꺼냈습니다.
그 새를 못 참으시고 감자를 하나 까서
자기만 쏘옥 입에 넣고 계십니다.
딱 걸렸습니다. 그래서 증거 사진을 남겼지요.
그런데 마침 딱 그 시간에
남자 복식 8강전을 시작하는 겁니다.
결국 우리 둘은 늦은 시간에 앉아서
제철 감자, 고구마를 까며 응원을 했더랬습니다.
우리 응원 덕분일 겁니다.
서승재, 김원호 남자 복식조가 4강에 진출,
어제 아마 승리해서 오늘 결승이 있을 겁니다.
오래 함께 지내면 닮아 갑니다.
외모도 닮아가고, 식성도, 습관도 그렇습니다.
이렇게 별것 아닌 겨울밤을
흰머리 소년께서 재워두신 제철 작물 덕분에
한 밤의 출출함도 달래고, 신나게 응원도 하고..
편안한 웃음이 번지던 저녁을 기록합니다.
이젠, 제가 감자 고구마를 사 올 판입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