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씀'은 늘 같은 모양이 아니어서

아주 사소한 나들이

by 글터지기

마음지기와 본격적으로

만나겠다고 마음을 정했을 즈음,

제 일상은 글쓰기와 책 읽기에

깊이 잠겨 있던 때였습니다.


마침 종이책 출간을 목표로 삼고

막 첫 발을 떼던 시기이기도 했지요.


그러다 보니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이 말은, 다른 연인들처럼 일상적인 데이트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마음지기는 흔쾌히

종이책을 써 보라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고,

그렇게 만남은 시작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지치기 마련이지요.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서울의 '마음을 나눈 친구'는

이번 주말 북 콘서트 일정으로

서울에 온 우리를 위해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너는 북 콘서트에 다녀오고,

재수 씨는 내가 안내할게.”


그렇게 마음지기는 친구의 손에 이끌려

서울 투어를 하게 되었습니다.


청계천변을 따라 걷고, 광화문을 지나,

인사동 골목을 함께 누빈 그 시간은

마음지기를 한껏 들뜨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들뜸은 곧 이어진

저녁식사에서 제게로 향한

소소한 불평으로 이어졌지요.


이야기를 나눈 끝에

우리는 약속 하나를 정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목적지가 어디든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관광지가 되든, 바다가 되든,

그저 함께라면 충분하다고 말입니다.


그 약속의 첫 일정으로 선택한 곳이

바로 이른 아침의 경복궁이었습니다.


KakaoTalk_20260119_213204580.jpg
KakaoTalk_20260119_213204580_28.jpg
KakaoTalk_20260119_213204580_15.jpg
KakaoTalk_20260119_213204580_08.jpg
KakaoTalk_20260119_213204580_24.jpg


군 시절 서울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고,

이후에도 일로 여러 해 머물렀지만,

막상 여행자로서 서울을 걸어본 기억은

거의 없었습니다.


흥선대원군의 경복궁 재건 이야기는

책으로 익숙했지만, 왕이 거닐던 공간을

직접 둘러본 것은 저 역시 처음이었습니다.


한복을 입은 외국인들이 곳곳에 보였고,

생각보다 훨씬 넓고 단정한 궁의 풍경은

낯설면서도 신기했습니다.


우리는 함께 사진을 찍고, 함께 걷고,

함께 이야기하며 웃었습니다.

돌아보면 참 단순하고 쉬운 일이었는데,

왜 그동안 이렇게 미뤄두고 살았을까 싶어집니다.


저는 늘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제 할 일만 앞세우고 있었던 건 아닐까,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KakaoTalk_20260119_213124137_03.jpg
KakaoTalk_20260119_213124137_09.jpg
KakaoTalk_20260119_213124137_12.jpg
KakaoTalk_20260119_213124137_04.jpg
KakaoTalk_20260119_213124137_14.jpg

국립고궁박물관에도 들러

왕실에서 사용하던 유물들을 천천히 살폈고,

기념품 숍에 들러 작은 자석 하나를 골랐습니다.

여행의 의미를 아주 소박한 형태로

남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 자석들은 이제 우리 집 출입문에 하나둘 붙어,

우리가 함께 다닌 시간 기록이 되어 갈 것입니다.


KakaoTalk_20260119_213900676.jpg


그렇게 하루 나들이를 마치고

고속버스를 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된 하루입니다.


저 역시 그녀를 향해

나름의 마음 씀을 해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나이가 되어서야 알게 됩니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늘 같은 모양으로 전해지지는 않는다는 것,


내가 건넨 마음과

그녀가 기다린 마음 사이에는

때로 작은 간격이 놓인다는 사실을요.


그렇게 맞춰 가는 시간 또한

우리에게 필요한 소중한 동행의 일부일 테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갔다 온 사람 '둘' 만나기, 참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