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소한 나들이
마음지기와 본격적으로
만나겠다고 마음을 정했을 즈음,
제 일상은 글쓰기와 책 읽기에
깊이 잠겨 있던 때였습니다.
마침 종이책 출간을 목표로 삼고
막 첫 발을 떼던 시기이기도 했지요.
그러다 보니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이 말은, 다른 연인들처럼 일상적인 데이트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마음지기는 흔쾌히
종이책을 써 보라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고,
그렇게 만남은 시작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지치기 마련이지요.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서울의 '마음을 나눈 친구'는
이번 주말 북 콘서트 일정으로
서울에 온 우리를 위해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너는 북 콘서트에 다녀오고,
재수 씨는 내가 안내할게.”
그렇게 마음지기는 친구의 손에 이끌려
서울 투어를 하게 되었습니다.
청계천변을 따라 걷고, 광화문을 지나,
인사동 골목을 함께 누빈 그 시간은
마음지기를 한껏 들뜨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들뜸은 곧 이어진
저녁식사에서 제게로 향한
소소한 불평으로 이어졌지요.
이야기를 나눈 끝에
우리는 약속 하나를 정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목적지가 어디든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관광지가 되든, 바다가 되든,
그저 함께라면 충분하다고 말입니다.
그 약속의 첫 일정으로 선택한 곳이
바로 이른 아침의 경복궁이었습니다.
군 시절 서울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고,
이후에도 일로 여러 해 머물렀지만,
막상 여행자로서 서울을 걸어본 기억은
거의 없었습니다.
흥선대원군의 경복궁 재건 이야기는
책으로 익숙했지만, 왕이 거닐던 공간을
직접 둘러본 것은 저 역시 처음이었습니다.
한복을 입은 외국인들이 곳곳에 보였고,
생각보다 훨씬 넓고 단정한 궁의 풍경은
낯설면서도 신기했습니다.
우리는 함께 사진을 찍고, 함께 걷고,
함께 이야기하며 웃었습니다.
돌아보면 참 단순하고 쉬운 일이었는데,
왜 그동안 이렇게 미뤄두고 살았을까 싶어집니다.
저는 늘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제 할 일만 앞세우고 있었던 건 아닐까,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국립고궁박물관에도 들러
왕실에서 사용하던 유물들을 천천히 살폈고,
기념품 숍에 들러 작은 자석 하나를 골랐습니다.
여행의 의미를 아주 소박한 형태로
남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 자석들은 이제 우리 집 출입문에 하나둘 붙어,
우리가 함께 다닌 시간 기록이 되어 갈 것입니다.
그렇게 하루 나들이를 마치고
고속버스를 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된 하루입니다.
저 역시 그녀를 향해
나름의 마음 씀을 해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나이가 되어서야 알게 됩니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늘 같은 모양으로 전해지지는 않는다는 것,
내가 건넨 마음과
그녀가 기다린 마음 사이에는
때로 작은 간격이 놓인다는 사실을요.
그렇게 맞춰 가는 시간 또한
우리에게 필요한 소중한 동행의 일부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