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 얘긴 그만 써라

그건 네 생각이고

by 글터지기

주말에 멀리 살고 있는

'마음을 나눈 친구'가 다녀갔습니다.


몇 주 전에 빚어 두었던 손 만두를

설 전에 꼭 건네고 싶었는데,

그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친구는

소주 한잔하자며 먼 길을 달려왔습니다.


토요일까지 배송 일을 하는 제 일정에 맞춰,

열차 시간을 맞추고 여기까지 온 겁니다.


제법 근사한 곳에 식사를 대접해 주려고

예약까지 다 했는데,

마음을 나눈 친구 녀석은

뭘 피곤하게 차를 타고 왔다 갔다 하냐며

집 근처 '삼겹살'에 소주나 한잔하자고 합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날,

시내 어딘가 상수도관 공사 중

누수가 발생해 주간과 야간을 가리지 않고

수도 공급이 중단됐습니다.


예고 없는 단수에도 아파트는 저수조 덕에

급한 물은 쓸 수 있었지만,

문제는 식당이었습니다.


설거지와 화장실 사용이 제한되자

대부분의 식당이 일찌감치 문을 닫았지요.

주말을 맞은 날의 날벼락이었을 겁니다.


우리가 자주 가는 삼겹살집은

다행히 식사는 가능했지만

화장실 사용이 제한됐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화장실을 자주 찾게 되는

맥주 대신, 소주를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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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남자 둘과 마음 지기까지 셋이서

삼겹살을 앞에 두고 앉아,

무슨 그리할 이야기가 많은지

한참을 웃고 떠들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할 때는 늘 그렇듯,

손님이 무슨 계산이냐며 내가 카드를 내밀고,

살림살이가 저보다 나은 친구 녀석은

굳이 자신이 또 계산을 해야 한다고 우깁니다.


"그래, 조금 더 부자인 네가 사라. ㅋㅋㅋ"

"어. 2차는 네가 사. 편의점. ㅋㅋㅋ"


함께 가려고 했던 분위기 좋은

카페는 단수 때문에 영업할 수 없다고 해서

편의점 캔맥주를 두 묶음을 사서 집에 왔지요.


흰머리 소년께서는 캐나다에 여행 가신다고

캐나다 달러로 환전해서 봉투에 담아왔던

마음을 나눈 친구가 고마웠던지

거실에 함께 나와 캐나다에서의 이야기를

쉴 새 없이 풀어 놓으십니다.


그렇게 한 캔, 한 캔 비워가다가

어느 순간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일요일 아침, 집안이 온통 음식 타는 냄새입니다.

주방에서 흰머리 소년께서 뭘 하시나 싶었는데

흰머리 소년께서 친구에게

'가래떡 구운 게 맛있다'라며 내미십니다.


점심도 '만두전골' 맛집에서 함께하고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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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아오는 친구,

거창한 맛집이 아니어도

소주 한 잔 나눌 수 있는 정겨움,

특별할 것 없는 시답지 않은 농담에도

함께 웃어줄 수 있는 마음.


그래서 친구가 좋습니다.

서로를 챙기는 그 마음이 더 좋습니다.


'이제 내 얘기는 쓰지 마라'라고 했지만

그건 네 생각이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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