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하며 만난 '모하메드의 네 가지 질문'

『내게 남은 스물다섯 번의 계절』, 슈테판 셰퍼

by 글터지기

오디오북을 듣다 보면 소설 같은 경우

러닝타임 8~10시간 정도면

2~3일에 한 권은 듣게 됩니다.


7년이 넘는 시간을

일하면서 오디오북을 듣다 보니

어지간한 소설은 거의 들은 느낌입니다.

개중에는 추리소설과 SF를 망라하게 되지요.


며칠 전, 밀리의 서재에서

어떤 오디오북을 들을까 선별하다가

(보통은 물건을 적재하고 출발하기 전에)

우연히 눈에 띈 소설이, 슈테판 셰퍼의

『내게 남은 스물다섯 번의 계절』입니다.


그저 평범한 두 아이의 아버지인 주인공이

시골 별장에서 수영을 하기 위해 찾은 강에서

우연히 만난 괴짜 농부 카를을 만나

그간 잊고 살았던 자신을 발견하는 소설입니다.


줄거리는 잔잔한 호수 위의 물결 같은

조용하고 아담한 문체로 쓰여 있습니다.


카를이라는 농부를 만나 마음이 편해지고,

비즈니스로 살아온 자신이 무엇을 놓치며 살았는지

하나하나 깨달아 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소설의 시간은 단 이틀입니다.


주인공은 카를이 감자를 수확하며 고양이를 돌보는

소소한 일상에서 아내와 만족하며 살아가는 걸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보며

자신에게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되 묻게 됩니다.


저는 이 소설을 들으며

핸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떠올렸습니다.

조용하면서도 울림이 남는 소설.


『내게 남은 스물다섯 번의 계절』을 읽으며

자꾸만 제 삶의 속도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야'라며 미뤄두었던 것들,

'나중에'라는 말 뒤로 숨겨 두었던

마음들이 하나씩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제목에 등장하는 '스물다섯 번의 계절'은

정확한 계산에서 나온 숫자가 아닙니다.

소설에서 말하는 스물다섯은 앞으로 남은 삶이

무한하지 않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하는 하나의 비유에 가깝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은 거창한 결심보다는

작고 구체적인 선택을 시작합니다.


지나쳤던 풍경을 다시 바라보고,

미뤄왔던 만남을 복기하고,

아무 일도 없는 하루를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으려 애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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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서 가장귀에 와서 꽂힌 문장은

'모하메드의 네 가지 질문'이었습니다.


새로운 선택 앞에서 스스로의 삶의 방향을

점검하는 핵심 질문 네 가지입니다.


첫째, 그것이 당신에게 사랑과 평화를 주는가?

둘째, 그것이 당신에게 기쁨과 힘을 주는가?

셋째, 그것이 당신에게 자유와 자율을 주는가?

넷째, 그것이 당신에게 휴식과 안정을 주는가?


운전하며 들은 오디오북에서

다시 듣기 하며 메모한 문장입니다.

저도 잘 간직하며 되새겨 봐야겠습니다.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삶의 끝을 말하면서도

죽음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데 있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언제나 ‘지금’이 있습니다.

지금 이 하루를 어떤 태도로

살아낼 것인가를 묻습니다.


책장을 덮고 나면

괜히 마음이 조용해집니다.


해야 할 일의 목록은 그대로인데,

그 목록을 대하는 마음은 조금 달라집니다.


급하지 않아도 될 일과

지금이 아니면 놓칠 것 같은 소중한 일이

서서히 구분되기 시작합니다.


이 책은 가르치지 않고, 다그치지 않습니다.

대신 조용히 곁에 앉아 말합니다.


오늘을 조금 더 의식하며 살아도 좋겠다고,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가를 떠올려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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