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신념으로 유쾌하게 살아낸 경험담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by 글터지기

브런치 작가님이신 '페르세우스'님의

'1월 독서 결산'을 읽다가 눈에 들어온 책이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입니다.

https://brunch.co.kr/@wonjue/1855


100년 전에 쓰여진 소설이

지금도 재미있게 읽히는 건 무었때문일까?

이런 궁금증 때문에 당장 오디오북으로 들었습니다.


역시 명작은 명작이랄까.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은

줄거리만 놓고 보면 단순합니다.


도쿄에서 자란 혈기왕성한 청년이

한 시골 중학교로 교사 발령을 받아 내려가고,

그곳에서 겪는 부조리와 위선을

견디지 못해 결국 떠난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이

백 년이 넘도록 읽히는 이유는,

그 단순한 이야기 속에 인간을 꿰뚫는

날카로운 시선과 묘한 통쾌함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소설의 주인공 ‘도련님’은

세련되거나 영리한 인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다혈질이고,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갈 것 같은 성격입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손해 보더라도 정직하게 살라'라는

유모 '기요'의 사랑과 보살핌을

언제나 마음에 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시골 학교에 부임하자마자

그는 세상의 방식과 계속해서 부딪힙니다.


겉으로는 점잖고 학식 있어 보이지만,

뒤로는 약삭빠르게 이익을 챙기고

책임을 떠넘기는 교사들, 학생들 훈육 명목으로

폭력과 모욕을 일삼는 어른들 앞에서

도련님은 번번이 분노합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를 설명하기보다,

도련님의 '못 참아 하는 행동들'을

유쾌한 문체로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그래서 그의 선택은 늘 불리합니다.

손해를 보고, 미움을 사고,

결국 그가 지키려 했던 자리에서 밀려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독자는

그 과정에서 도련님을 응원하게 됩니다.


세상이 요구하는 요령보다,

스스로 기준을 끝까지 놓지 않기 때문입니다.


KakaoTalk_20260204_200108288.png


듣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과연 이 상황에서 같은 선택을 할까?”

대부분의 경우 답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없이 타협하고,

적당히 눈을 감고, 괜히 튀지 않으려 애씁니다.

그게 어른이 되는 일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도련님』은 어쩌면

'어른이 되지 않으려 애쓴

한 사람의 기록'처럼 느껴집니다.


결국 도련님은 세상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선택은 패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당당한 승리처럼 다가옵니다.


『도련님』을 다 듣고 나서 묘한 여운이 남습니다.


이 소설이 말하는 정의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선언도,

위대한 사명도 없습니다.


다만 '솔직할 수 있는 용기'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줄 뿐입니다.


백 년이 지나도 이 소설이

여전히 현재형으로 읽히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여전히

그 용기를 필요로 하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버림받은 소녀의 고독한 삶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