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소녀의 고독한 삶에 대하여

델리아 오언스,『가재가 노래하는 곳』

by 글터지기

어느 일요일 줌미팅에서 단톡방 동료이신

'비채꿈'님께서 오디오북을 한 권 추천해 주셨습니다.


귀가 얇은 저는 책 제목을 메모하고

당장 듣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델리아 오언스 작가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입니다.


이 책을 듣는 내내 개인적으로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가 떠올랐습니다.

한 사람의 삶의 이야기이자 생존 이야기입니다.


외로움과 생존,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그리는 소설.


소설은 가족에게조차 버림받은

'습지 소녀, 카야'의 생존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주사와 폭력을 피해 달아난 다른 가족들과 달리

아버지와 홀로 남게 된 어린 소녀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습지에서

자연과 더불어 홀로 살아남습니다.


소설에서 가장 크게 울림을 주는 것은

카야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람들과,

자연을 묘사하는 세밀함이었습니다.


소녀를 사랑하는 소년 '테이트'.

소녀를 위해 평생 든든한 후원자로 남은

'점핑과 메이블 부부' 등

모든 등장인물들 내면을 들여다보는 묘사는 탁월합니다.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그녀와 연인 관계에 있던 '케이트'가 사망하면서

법정드라마로, 독자들을 추리 영역으로 이끕니다.


이 소설의 핵심은 범인이 누구인가를 찾아가기보다,

한 인간이 세상의 오해와 폭력 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지켜가는 가 하는 것에 있습니다.


시대적 배경의 흑백 차별과 남녀 차별,

사회가 주인공 카야에게 씌운 낙인은

과정 자체가 불편하지만,

오히려 현실적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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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빠르게 읽히는 책은 아닙니다.

오디오북 러닝 시간도 거의 12시간입니다.


소설을 듣는 내내 자주 멈춰 듣게 됩니다.

사건의 전개가 궁금해서이기도 하지만

카야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너무나 조용하고 고독하기 때문입니다.


책을 다 듣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오래 남는 이유는

비극적인 사건 때문도,

반전의 결말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세상 가장 고독한 곳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남기 위한

한 사람의 삶의 태도가

조용히 마음에 남았습니다.


아마도 침묵과 고독을

한 번쯤 견뎌본 사람이라면

이 소설의 여운이 오래 남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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