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의 계절, '고비'의 시간

명절을 준비하는 사람들

by 글터지기

설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신선식품을 매장에 납품하는 일을 하는 저로서는 평소보다 일이 세 배는 늘어난 시기입니다. 풀무원이라는 브랜드 특성상, 명절상에 빠질 수 없는 두부와 콩나물 주문이 부쩍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명절이면 매출도 확 오르는 것 아니냐'고요.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명절이 끼어 있는 달 매출은 평달과 비슷한 편입니다. 설이나 추석이 지나고 나면 매출이 절벽처럼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한 달 목표를 채우려면 명절 전에 물량을 최대한 많이 납품하고, 많이 판매해야 합니다. 명절은 '특수'인 동시에 '고비'이기도 합니다.


다른 계열 브랜드에서 판촉 직원으로 근무하는 '마음지기' 역시 사정은 비슷합니다. 대형마트에서 선물 세트를 담당하고 있는데, 명절 3주 전부터는 예약 주문 물량을 맞추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특히 설은 한겨울에 있어, 매장 밖에서 포장하고 운반하는 일들이 더 고됩니다. 찬 공기 속에서 하루 종일 서 있다 보면 몸은 금세 얼어붙고, 명절이라고 해서 쉬는 날을 마음대로 정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피로는 평소의 두 배쯤 되는 듯합니다.


그래서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듭니다. '명절이 좀 없었으면 좋겠다' 하고요.


이번 주는 비교적 여유가 있어 책도 읽고, 운동도 하며 지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입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아침마다 피로가 말끔히 풀리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무리한 것도 없는데, 몸은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 차량에 배송 물건을 적재하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박스 하나하나가 평소보다 양이 많으니 더 묵직했습니다. 두부와 콩나물 상자가 차곡차곡 쌓일수록 제 어깨도 함께 눌리고 있었습니다. 아, 명절을 타느라 물량이 많아져서 그랬구나. 내가 피곤했던 이유가 여기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어쩌면 모두가 각자의 명절을 앞두고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군가는 선물 세트를 나르고, 누군가는 제사상을 준비하고, 또 누군가는 그저 묵묵히 물건을 실어 나르며 누군가의 식탁을 채웁니다. 피곤함이란 어쩌면 투정이 아니라, 내가 제 몫을 다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눈뜨기도 버겁고 출근길도 마음이 무거웠던 건, 결국 제가 게을러져서가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저도 가끔 제 피곤함을 두고 '내가 나태해진 건 아닐까', '마음이 풀어진 건 아닐까' 하고 스스로를 몰아붙이곤 했습니다. 몸이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도, 그 원인을 성실하지 못한 제 탓으로 돌려버렸던 건 아닐까.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마음입니다.


오늘의 노곤함은 제 성실의 무게라고, 지금을 버티며 서 있는 시간의 흔적이라고 받아들이려 합니다. 무거운 상자를 들어 올리듯 하루를 들어 올렸고,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자리를 지켰다는 증거라고요.


제가 지금 이렇게 피곤함을 느끼듯, 각자의 자리에서 명절 ‘특수’를 감당하고 계신 모든 분들 또한 같은 무게를 어깨에 얹고 계실 겁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분주히 움직이고, 평소보다 더 긴장하고, 더 오래 서 계실 분들 말입니다.


그 모든 분들께 경의를 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이제 내 얘긴 그만 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