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총·균·쇠』 완독 챌린지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였습니다. 인류의 역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꿰어내던 그 책을 읽던 시간의 밀도가 아직도 어딘가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마침 블로그 이웃이신 '곰돌'님께서도 『사피엔스』를 병행해 읽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 역시 다시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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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으로는 하라리의 책들을 한 곳에 모아 두었는데, 이상하게도 『사피엔스』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책장을 몇 번이나 뒤지고, 다른 칸까지 하나하나 살펴보았지만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 여러 차례 이사를 하며 정리하는 과정에서 잘못 분류했거나, 어딘가로 흘러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잠시, 이번에는 『총·균·쇠』만 읽자고 마음을 접어 보았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사피엔스』가 자꾸 저를 부르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결국 다시 구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에는 새로 발간된 양장본으로. 같은 책이지만,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만나기에는 그 무게와 단단함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은 이미 한참 전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휴가 시작되기를 기다렸습니다. 마음이 조금은 느슨해지고, 시간에 쫓기지 않는 날에 첫 장을 넘기고 싶었습니다. 연휴 첫날 아침, 혹시 납품하는 매장에 부족한 물건이 있지는 않을까 한 바퀴 돌아보고, 커피숍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커피잔에서 올라오는 김이 잦아들 무렵, 드디어 『사피엔스』의 첫 페이지를 다시 펼쳤습니다.
완독 챌린지처럼 매일 인증하지는 못할지도 모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짧게라도 기록으로 남겨보려 합니다. 이번에는 읽는 데서 멈추지 않고, 남기는 데까지 가보려 합니다.
다시 읽는다는 것은, 어쩌면 처음 읽을 때 충분히 읽지 못했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같은 문장을 읽어도 다르게 이해되는 순간, 책을 다시 읽는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책을 통해 조금 더 자란 나 자신을 만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제 『사피엔스』를 다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