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묵은 '불친절'의 오해, 오늘부터 금연합니다

충주시보건소 금연클리닉

by 글터지기

순전히 순간적인 충동이었습니다. 지도 앱을 켜고 일요일 모임 장소를 확인하러 갔다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간판이 보였습니다.


'충주시보건소 금연클리닉'


순간 3년 전 기억이 자동 재생되었습니다.

'아, 거기?'


그때 저는 '금연'보다 '불친절의 민낯'을 먼저 배웠던 사람입니다. 불친절과 무관심이라는 니코틴보다 더 독한 기억을 한 모금 들이마시고,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곳이지요.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바로 옆에 서 있으니 마음이 슬쩍 달라집니다. '다시 한번?'


마침 요즘 기침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마른 기침이 자꾸 나고, 잠결에 몇 번이나 깨면서 '이제는 정말 끝장을 보자'는 생각이 들던 참이었습니다. 몸이 먼저 항의장을 제출한 셈이지요.


주차를 하고 건물 4층까지 올라갔습니다. 금연클리닉 문 앞에서 또 한 번 망설였습니다. 이쯤 되면 담배보다 제 고집이 더 질깁니다. 들어갈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시도해 보는 데 세금이 붙는 것도 아니고 실패한다고 벌점이 매겨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무작정 문을 열었습니다.


놀랍게도, 3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담당자님은 자리를 권하며 차분히 설명해 주셨고,

'어떤 일을 하세요?', '언제 가장 많이 피우세요?', '아침인가요, 식후인가요?' 마치 제 흡연 패턴을 연구하는 탐정처럼 꼼꼼히 물어보셨습니다.


제 대답에 따라 '이럴 땐 이걸 써보세요.', '저럴 땐 이렇게 버텨보세요.' 권해 주셨습니다. 추가해서 금연패치 3주 분량, 비타민과 효소, 텀블러와 칫솔 세트까지. 선물해 주셨지요. 이쯤 되면 '건강 종합 선물세트'를 선물받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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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분위기도 밝고, 상담도 친절했습니다. 분명 3년 전과 같은 장소인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혹시 3년 전의 '불친절'은 담당자가 무심히 지나쳤던 그날의 작은 실수였을지도 모릅니다. 그 장면 하나가 제 기억 속에서 확대 복사되어 '그곳은 원래 불친절한 곳'이라는 딱지가 되어버린 건 아니었을까.


사람도, 장소도, 관계도 한 장면으로 단정해버리기엔 조금 억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금연이 성공할지, 또다시 실패할지는 아직 모릅니다. 저는 그리 결기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입니다. 이번에는 담배만 끊어보려는 게 아니라, 제 오래된 편견도 함께 끊어보려 합니다.


혹시 내가 살아온 삶에도 '몇 년 전의 기억' 때문에 아직도 들어가지 못하고 서성이는 문이 있지는 않을까. 가끔은 이렇게 생각해 보는 것도 득이 되는 게 아닐까 싶어졌습니다.


"에라이. 내가 실패할 줄 알았다. 그래도 밑져야 본전, 다시 도전!!"

어쩌면 금연의 시작은 담배를 내려놓는 순간이 아니라, 편견을 내려놓는 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 주머니 속에 있는 담배 네 개비는 버려야 할까? 마쳐 피우고 패치를 붙여야 할까?

너무 당연한 답을 또 고민하고 있는 나라는 놈이라니...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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