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눈치 보지 않고 울겠습니다

눈물이 많아진다는 건

by 글터지기

나이가 한 살 두 살 늘어가면서 눈물이 많아졌습니다.


어제는 캐나다에서 잠시 귀국한 조카, 그리고 마음지기와 함께 야간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최근 화재가 되고 있다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직장 동료가 먼저 보고 와서는 "이사님, 그거 눈물 쏟아집니다"라고 귀띔을 해줬습니다.


그 말을 들은 저는 속으로 피식 웃었습니다. '대한민국 50대 평균 남성'으로서, 뭐 그렇게 울 일이 있겠습니까. 역사 이야기라는데, 내가 또 역사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까. 눈물 버튼이 그렇게 쉽게 눌릴 리가 없지요.


흠... 그런데 영화가 끝날 즈음, 제 얼굴이 제일 축축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코를 훌쩍이며 기침 한 번 하고, 살짝 눈물 한 번 닦고 모른 척 넘어갔을 현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울었습니다.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지도 않았습니다.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 있지요.

"사내자식이 울면 안 된다."

"남자는 평생 딱 세 번만 울어야 한다."

도대체 그 세 번은 언제 쓰라고 남겨둔 건지 모르겠지만, 아마 저는 그 ‘세 번’을 아끼느라 제 감정을 계속 미뤄두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내가 지금 슬퍼할 때가 아니야.

내가 지금 감동할 때가 아니야.

지금은 책임질 때야, 버틸 때야.


그래서 울지 않은 게 아니라,

어쩌면 제 마음을 인정하지 않은 채

바쁘게 살아온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흰머리 소년께서 드라마를 보시다가도 훌쩍, 스포츠 경기를 보시다가도 훌쩍, 말씀하시다 말고도 훌쩍하실 때마다 저는 철없이 놀렸습니다.


"아버지, 또 우세요?" 하하하

"뭐가 그렇게 감동이라고요?"


그러면 늘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나이가 드니 눈물이 많아지나 보다."


그땐 웃고 넘겼는데, 이제는 알겠습니다. 눈물이 많아진 게 아니라, 마음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나이가 된 것이라는걸요.


이제는 감동하면 울겠습니다.

슬프면 울겠습니다.

아이들이 보고 놀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빠 또 운다~"


그때 저는 흰머리 소년과는 조금 다르게 대답하려 합니다.

"그래, 운다. 슬프고 감동이면 울어야지.

울어도 괜찮아. 버티는 것보다, 느끼는 게 더 용기일 때도 있으니까."


나이가 든다는 건 강해지는 게 아니라 솔직해지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는 눈물을 참는 법을 배웠다면, 이제는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아버지의 눈물에서 시작된 그 수업이 이제 제 아이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올해 산타 할아버지 선물은 패스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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