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더블로 가!, '한 페이지 더'
살면서 음료수 ‘한 캔 더’에도 한 번 당첨돼 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래서인지 '브런치 독서클럽' 이벤트 당첨 메일을 받았을 때도 어딘가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상품 배송지를 입력해 두고는, 그 사실조차 잊고 지냈습니다.
오늘은 유난히 일이 더디게 흘렀습니다. 토요일이라 물량이 많았던 것도 아닌데, 몸이 먼저 지친 하루였습니다. '퇴근하면 무조건 한숨 자야지' 하는 생각으로 집 앞에 도착했는데, 문 앞에 놓인 택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순간 멈칫했습니다. 내가 주문한 것이 없는데.
택배를 개봉해 보니, 이슬아 작가의 『가녀장의 시대』 브런치 독서챌린지 스페셜 에디션과 북 클립, 열쇠고리가 가지런히 담겨 있었습니다. 그 정갈한 구성이 이상하게도 제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온종일 배송을 하며 쌓였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오래된 코트 주머니에서 우연히 오만 원권 한 장을 발견한 날처럼, 뜻밖의 선물은 마음을 환하게 밝혀주었습니다.
사실 새해에 브런치 독서클럽을 시작할 때, 장편소설 완독 챌린지와 맞물려 그저 묵묵히 읽고 기록했을 뿐입니다. ‘천 명에게 선물’이라는 문구를 보며, 솔직히 받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워낙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글도 깊고 감각도 뛰어난 분들이 많으니 제 몫은 아닐 거라 여겼습니다. 저는 그저 읽는 사람, 기록하는 사람으로 남아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자신 없었다는 얘기.
그래서인지 막상 당첨 소식을 들었을 때도 기쁨보다 낯섦이 먼저였습니다. '정말 내가 맞나?'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택배를 받고, 선물을 꺼내보고는 그 마음이 잔잔한 감동으로 바뀌었습니다. 누군가 제 꾸준함을 알아봐 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단한 성취도, 화려한 문장도 아니었지만, 하루하루 읽고 적어온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작은 증표처럼 느껴졌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는 늘 결과보다 과정을 더 좋아한다고 말해왔습니다. 그런데도 마음 한편에는 늘 '나도 한 번쯤은'이라는 소박한 바람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가식적인 놈 같으니.
이 선물은 단순한 굿즈가 아니라, 다시 책상 앞에 앉으라는 초대장처럼 느껴집니다. 바쁜 배송 일정 속에서도, 피곤한 저녁에도, 한 페이지를 더 읽고 한 줄을 더 적으라는 격려 같습니다. 그저 '운이 좋았다'는 말로 넘기기에는, 그동안 쌓아온 저만의 시간들이 함께 담겨 있는 것 같아서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이 기쁨에 기대어 더 열심히 읽어야겠습니다. 더 천천히, 더 깊이 읽고 기록해야겠습니다. 당첨은 우연이었을지 몰라도, 읽는 시간만큼은 제 의지로 쌓아갈 수 있으니까요.
살면서 '한 캔 더'는 몰라도, '한 페이지 더'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하하하
브런치팀 담당자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