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우리 집을 돌봐주시는 분이 있습니다

살람 돌보미님 감사합니다

by 글터지기

제가 충주에 와서 자리를 잡은 지도 어느덧 7년이 되었습니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도시였습니다. 지금 일하고 있는 대리점 사장이자 오래된 친구의 부탁을 받고 내려온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원주에서 충주까지 출퇴근을 했습니다. 하지만 겨울철 새벽 눈길을 달리다 보면 이게 오래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이 일이 제 삶의 중심이 된다면, 차라리 보금자리를 옮기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아버지와 함께 충주로 이사를 왔습니다.


집에는 아이들과 아버지가 계셨지만 저는 대부분 일을 하느라 집안일에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게으른 면도 있었겠지요. 그러다 보니 청소와 빨래 같은 사소한 일들이 점점 쌓여갔습니다. 집안은 어수선해지고, 저는 아이들에게 '치워라, 정리해라, 이게 뭐냐..'라는 잔소리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이들에게도 미안한 일입니다.


그 무렵 YWCA를 통해 살림돌보미님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 오셔서 빨래와 청소를 도와주시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어느덧 7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집의 풍경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아이들은 각자의 삶으로 독립해 나갔고, 지금은 아버지와 저뿐입니다. 예전처럼 집안일이 많지는 않은 상태지요.


2년 전 이사를 하면서 돌보미님 댁과 거리가 조금 멀어졌고, 왕복하시기가 쉽지 않아 일을 그만두신다고 하셨지요. 하지만 혼자 계시는 흰머리 소년께서는 돌보미님을 꽤 의지하십니다. 저와 식성이 많이 다르다 보니 돌보미님이 오시면 아버지 반찬을 따로 만들어 주시기도 합니다. 가끔은 집에서 담근 김치나 직접 기른 채소를 '이것도 한 번 드셔보시라'라며 챙겨 오시기도 합니다.


그래서 2주에 한 번 정도로 줄이고, 오가는 교통비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명절이 되거나 대리점에서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맛보시라며 조금씩 챙겨 드립니다.


단순히 집안일을 도와주시는 분으로 시작된 인연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관계에도 정이 들고 고마움이 쌓였습니다.


돌보미님은 방문하시기 전날이면 꼭 흰머리 소년께 메시지를 보내십니다.

"내일 아침에 방문할게요."

그 메시지를 받는 순간부터 흰머리 소년은 분주해지십니다.


마트에 가서 만들어 달라고 할 재료를 사 오셔야 하고, 저에게도 '내일 아주머니 오신단다' 하고 미리 알려주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날 퇴근해 집에 들어오면 식탁 위에는 흰머리 소년이 좋아하시는 반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집안은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부엌에는 따뜻한 기운이 남아 있습니다. 그 풍경을 보면 마음이 괜히 한 번 더 편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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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저는 낯선 도시에서 시작했습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이렇게 고마운 인연들이 하나둘 곁에 남아 있습니다.


돌보미님 덕분에 아이들과 함께할 때 잔소리도 줄어들었고, 집안의 분위기도 훨씬 밝아졌습니다. 누군가의 작은 도움이 한 가정의 공기를 이렇게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낯선 도시에서 시작한 삶이었습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던 곳이었지만 어느새 이렇게 고마운 인연들이 곁에 남아 있습니다.


꼭 오래 알고 지낸 사람만 정이 드는 건 아닌 모양입니다.


어제 퇴근해서 식탁 위에 놓인 반찬들을 보면서 '감사'를 생각했습니다.

가끔 통화를 할 때는 '어르신이 그래도 건강해서 다행이에요'라고 말씀해 주시는 돌보미님.


우연으로 시작한 인연이지만 그 따뜻한 마음을 오래 간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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